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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DNA-이부진③] 일엔 ‘엄하고’, 사람엔 ‘다정해’

기사등록 : 2012-03-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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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캐릭터와 재능, "이 사장, 야무지다"

재계 주요 그룹의 후계자들이 뛰고 있다. 창업 오너 세대가 세상을 떠나며 그들의 2세, 3세, 4세로 이어지는 새로운 오너십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오너 패밀리 간 사업을 승계 받고, 이를 분리하고 경쟁하면서 한국식 오너 경영문화가 개화 중이다. 창업세대의 DNA를 물려받고 경영전면에 나설 준비를 하는 후계자들. <뉴스핌>은 연중기획으로 이들 후계자들의 ‘경영수업’ 측면에서 성장과정과 경영 스타일, 비전과 포부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뉴스핌=강필성 기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만나본 사람들에게 그의 인상을 물으면 답변이 꽤 다채롭다.

“굉장히 꼼꼼하고 엄격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배짱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이었습니다.”

꼼꼼하면서 대범하고, 부드럽고 엄격하다는 정서상 상반된 첫 인상에 대한 평가가 함께 나온다.  

이부진 사장에 대한 총평을 단적으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다양한 캐릭터속에 담겨진 재능때문일까, 아니면 조용한 CEO 역할에 만족하는 성격때문에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아서 나오는 주변의 다양한 판단때문일까. 

'야무진' 삼성가의 3세 여성 경영인, 이부진 사장은 아무튼 남다르다.


◆ 일에는 철두철미, 때론 직원과 소주도

호텔신라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사장으로서 업무에는 꼼꼼하고 엄격하지만 일반 직원에게는 친숙하고 자상한 면모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삼성그룹 사장단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허리끈을 질끈 묶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상황과 대상에 따라 이부진 사장이 내비치는 면면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부진 사장은 일에 있어서는 굉장히 ‘엄격한 사람’으로 통한다. 이부진 사장이 나이가 어린 여성 CEO이라는 이유로 편하게 대하는 호텔신라 임원들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사업 보고를 할 때면 바짝 긴장한다는 것이 호텔신라 안팎의 이야기다. 

이부진 사장이 허술한 보고에는 꼼꼼히 캐묻거나 추궁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일선 현장 직원에 대해서는 ‘상냥한 CEO’로 통한다. 

직접 현장을 둘러보며 여직원들에게 속옷을 선물하기도 하고 ‘셀카를 찍어달라’는 직원의 요청에 흔쾌히 팔짱을 껴주기도 한다. 

이부진 사장이 종종 젊은 여직원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노래방을 가며 함께 스킨십을 나눈 일화는 호텔신라 내에서도 유명하다.

때문에 이부진 사장에 대한 다채로운 평가는 양면성이라기보다는 공(公)과 사(私)의 구분이 정확한 CEO라고 하는 편이 적절하다.

일례로 이부진 사장은 임직원들이 있는 곳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에게 ‘오빠’라고 부르거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아버지’라고 호칭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한다. 항상 ‘이재용 사장님’, ‘회장님’ 등 깍듯한 호칭을 부른다.

행여나 호텔신라에서 그룹 행사를 하게 되면 그 역시 다른 임원과 함께 호텔 로비에 정중하게 '오빠, 이재용'이 아닌 '삼성전자 사장, 이재용' 마중에 나선다. ‘가족’과 ‘일’을 냉정하게 구분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 삼성가의 꼼꼼함과 대범함을 물려받아

이부진 사장의 경영 스타일도 이처럼 두 가지 측면이 함께 관측된다.

그룹내 한 고위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은 일반적 경영 현안을 챙길 때는 굉장히 꼼꼼하고 철저하게 계산적이지만, 본인이 확신이 선다면 과감하게 사업을 발벗고 밀어 붙일 정도의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6월에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오른쪽>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손을 잡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때문에 이부진 사장이 ‘리틀 이건희’라고 평가되는 게 당연하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쩔때는 오히려 철저한 계산과 꼼꼼한 검증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DNA의 흔적을 볼 수 있다고 호평하는 이들도 있다. 

또 본인이 확신이 생기면 ‘계산’ 이전에 과감하게 추진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승부사의 근성 역시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평가도 주변에서는 한다.

그의 그런 기질은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유치전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사실 루이비통 유치전에 있어 이미 백화점 등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쌓아온 롯데그룹에 승기가 기울었다는 평가가  당시 지배적이었다. 

롯데면세점이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는 것에 반해 면세점 사업자 2위인 신라면세점은 면세점 외에 이렇다 할 유통망이 없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패색을 점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부진 사장은 루이비통 유치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결정적으로 2010년 4월 LVMH그룹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방한했을 때, 이부진 사장은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롯데그룹은 아르노 회장을 집무실로 초청한 반면, 이부진 사장은 직접 공항에 마중을 나갔다.  이 사장 개인이 전적으로 내린 판단이었다.

당시 전용기로 입출국을 해왔기 때문에 한번도 인천공항을 보지 못했던 아르노 회장에게  신라면세점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부진 사장의 추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8개월 후인 12월 루이비통은 신라면세점 입점을 확정지었다.

재계에서 이부진 사장이 나이 어린 오너일가의 여성CEO, 온실속의 재벌 후계자라는 편견아닌 편견을  버리게 된 것도 이같은 경영적 성과가 뒷받침이 됐다.

이 외에도 지난해 호텔신라의 외식점에 한복입장이 거부당한 이후 이부진 사장이 직접 해당 고객을 찾아가 사과한 일, 호텔신라의 베이커리 ‘아띠제’의 과감한 철수 등이 모두 그의 과감한 결단력과 행동력을 보여주는 일화다.
 
"야무지다"라는 재계의 평가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삼성그룹 계열사라고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그저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처음에는 삼성가 규수정도로 평가했던 업계에서도 적잖은 경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약력>

1970년 10월 서울 출생
1989년 대원외고 졸업
1994년 연세대학교 아동학 학사 졸업
1995년 2월 삼성복지재단 보육사업팀
1996년 1월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장
1998년 6월 삼성일본본사 담당과장
1999년 7월 삼성전자 국제경영연구소 담당차장
2001년 8월 호텔신라 전사기획팀 부장
2004년 1월 호텔신라 경영전략담당 상무
2009년 9월 호텔신라 경영전략담당 전무
2009년 9월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전무
2010년 12월~ 현재 호텔신라 사장,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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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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