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가격을 올리고 있으며, 한·EU, 한·미 FTA에 따른 수입차 업체들의 가격인하도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공정위는 수입차 가격의 문제점을 짚어보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대표적 독과점 체제인 국내 자동차 시장의 가격 문제를 집중 분석해 본다.<편집자 주>
[뉴스핌=김기락 기자] 지난해 수입차 등록 대수가 사상 처음 10만대를 돌파할 정도로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수입차 가격도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EU FTA 발효로 8%이던 수입관세가 5.6%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가격 인하는 미비하다.
게다가 한미FTA가 결정되면서 수입차 가격 인하폭이 더 커졌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수입차 업계는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수입차 업체와 소비자 기대치 사이의 거리가 적잖다는 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수입차 공세에 현대차는 수입차 비교시승센터를 운영하는 등 대응책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 가격 인하의 여지가 있음에도 독일차 등 일부 수입차 업체가 가격을 올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는 등 수입차 가격 변화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수입차 가격 인상의 씨앗은 메르세데스-벤츠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올 1월 일부 모델의 판매 가격을 평균 0.5% 인상했다.
주력 판매 차종인 E300 엘레강스 가격은 지난해 한EU FTA를 앞두고 6970만원에서 6870만원으로 100만원 내렸다가 다시 6990만원으로 올린 것이다. 다만 지난 15일 한미FTA 발효와 동시에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라 6880만원으로 조정됐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EU FTA에 당시 관세 인하분만큼 판매 가격을 내렸다”며 “메르세데스-벤츠는 해마다 가격을 높이는 게 본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별로 가격 인상률은 차이가 있으나 침체된 한국 경제 상황을 감안해 0.5% 올리는데 그친 것”이라며 국내 가격 결정에 대한 배경을 덧붙였다.
-위 메르세데스-벤츠 E300, 아래 BMW 528.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해마다 판매 가격을 올리는 것이 본사 정책이다. 가격 인상률은 각국마다 다르며 한국은 올초 일부 모델에 한해 0.5% 인상했다 |
BMW그룹코리아도 지난해 12월 출시한 신형 528i 판매 가격을 기존 6790만원 대비 0.7% 오른 6840만원에 판매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가격 인상 사유를 “새로운 터보 엔진을 장착하고 전자제어서스펜션, 서라운드뷰 모니터, 18인치 휠 등이 추가됐다”며 “이들 사양이 50만원도 안 되겠냐”고 반문했다. 신형 528i 가격은 올라갔지만 편의사양을 더 보강했다는 주장이다.
BMW그룹코리아는 한미FTA 발효 즉시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반영했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X 시리즈 판매 가격을 최대 3.95%(X3 30d 7350만원→7060만원 인하금액 290만원) 내렸다.
이와 함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 편의사양을 빼는 경우가 있다. ‘꼼수’라는 시선도 있으나 소비자 만족도 면에서는 합리적이라는 게 대세다.
폭스바겐코리아는 티구안 2.0 TDI 프리미엄 모델(4450만원) 외에 파노라마 선루프, 파크어시스트, 앞좌석 파크파일럿 기능 등 제외한 티구안 2.0 TDI 컴포트를 추가 판매 중이다. 일부 편의사양이 빠진 덕에 판매 가격을 3790만원으로 맞추게 됐다.
현재 독일차 인기가 높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신형 모델 출시를 감안하면 수입차 가격 거품이 낮아지고 있다”며 “소비자 기대치만큼 내릴 것인지는 수입차 업체의 판매량 및 계획, 자금 상태 등 여러 변수가 작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포드 등 일부 수입차의 고질적인 AS 문제가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포드는 앞서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국산차와 수입차 통틀어 소비자 불만 피해 접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프리미엄. 일부 편의사양을 뺀 컴포트 차종이 추가돼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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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