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3월 29일 시작됐다.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정치권력을 누가 쥐느냐의 갈림길이다. 특히 여야가 전력을 기울여 사수하고자 하는 격전지들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전장(戰場)이다. 뉴스핌은 4·11 총선 격전지 중 특히 한국정치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후보들이 맞붙은 수도권과 지방 각 10곳씩을 찾아 생생한 현장르포를 시작한다.<편집자주>
[수원=뉴스핌 노희준 기자] 관록의 '경제통' 이냐 신예 '입법전문가'이냐. 4·11 총선 수원 영통 대결은 이렇게 압축된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재선에 경제·교육 부총리, 원내대표를 지낸 대표적인 경제통 김진표 후보가 3선에 도전한다. 새누리당은 국회 입법조사처장 출신의 입법전문가이자 정치 신인 임종훈 후보를 내밀었다.
수원 영통은 수원의 '강남'이라 불린다. 삼성전자 연구단지가 매탄동에 있어 소득 수준이 높은 데다 젊은 학부모들이 많아 교육열도 높다. 수도권 남부 중산층 표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지역으로 영통이 꼽히는 이유다.
이런 사회경제적 조건으로 '당심'은 그간 여권에 가까웠다. 4년 전 18대 총선에서는 김 후보가 KBS 아나운서 출신의 비례대표 박찬숙 의원을 4%가량 압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비례대표에서는 한나라당이 우세했다.
때문에 여론조사로 본 판세에서는 김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50.6%로 임 후보(34.2%)를 큰 격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 김진표 "듬직한 큰인물"
[사진=노희준기자]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출마한 김진표 민주통합당 후보가 8일 오후 아주대 삼거리 앞에서 유세차에 올라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8일 오후 수원 영통의 아주대 삼거리. 화창한 오후 햇살에 노란색 점퍼들이 아주대쪽을 향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김 후보는 여러 지역에 캠프 측 사람들을 보내 유동 인구를 확인하면서 수시로 일정을 조정하느라 예정 스케줄보다 1시간 가량 이후에나 나타났다.
유세차에서 내려운 김 후보를 짧게 만났다. 영통에서 꼭 당선돼야 하는 이유를 묻자 상대후보와의 차별화를 염두에 둔듯 오랜 공직 경험을 통한 '행정 경험'과 '교육 전문가'로서의 장점을 내세웠다.
김 후보는 "영통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수원비행장을 이전하고 그곳과 삼성전자, 광교신도시의 첨단산업기지로 연결되는 첨단산업밸트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며 "이 일은 30여 년간 행정경험을 쌓으면서 집중적으로 그런 일을 한 제가 더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 특구를 만드는 일도 중요한데 지난 8년간 노력해서 초등, 중등까지는 전국에서 상위권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고등학교 교육력을 높여야 한다"며 "공립고등학교를 자율형 공립학교로 혁신형 교육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공립학교를 자율형 공립학교로 전환하고, 광교지역에는 기숙사가 있는 자율형 공립학교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현안으로는 과천 인덕원에서 출발해서 화성 동탄까지 가는 신수원선의 노선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신수원선이 광교를 거쳐 매탄지역을 통과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후보는 "신분당선 연장선은 동서간의 철도로 남북간의 지하철이 관통해야 지하철 전체의 경제적 효과가 높아진다"며 "(신수원선이) 광교에서 법원사거로 가서 영통구청으로 가면 많은 유동인구를 흡수하고 영통역을 거쳐 동탄까지 가면 경제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후보는 3선이 되면 가장 크게 하고 싶은 일로 '정치 선진화'를 꼽았다. 그는 "갈등과 대립을 정치인이 대화와 토론으로 완화해서 국가발전의 에너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 본래의 역할"이라며 "민생경제를 살리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대외 경쟁력을 높이는 데서 어느 당이 정책적으로 잘하느냐, 생산적 경쟁을 해야지 소모적 경쟁을 하는 잘못된 경쟁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임종훈 "총선은 4년 이끌 새로운 인물 선택"
[사진=노희준기자]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출마한 임종훈 새누리당 후보가 8일 오후 벽적골 사거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이날 오후 4시 벽적골 사거리. 박근혜 위원장의 녹음된 목소리가 유세차에서 흘러나왔다. 일요일 오후라 거리는 한산한 편. 하지만 신호 대기를 하던 차들은 임 후보가 나타나자 창문을 열고 유세차로 시선을 돌렸다.
"선거는 과거정권 심판하는 게 선거일까요. 이명박 정부 앞으로 8개월 남은 정부 심판하는 게 선거입니까. 아니면 앞으로 4년을 이끌 새로운 정부를 선택하는 겁니까. 누가 대한민국을 이끌 것이냐 선택의 문제입니다. 원칙있는 정치, 말바꾸기 하지 않는 정치, 민생을 챙기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유세를 끝내고 내려온 김 후보를 벽적골 사거리 길가에서 만났다. 상대후보와의 차별성을 묻는 질문을 하자 임 후보는 본인의 장점보다는 주로 김 후보가 말바꾸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임 후보는 "말바꾸기를 너무 많이 하는 대표적 인물입니다. 장관 때 얘기와 지금 얘기가 정반대인 경우가 너무 많아요"라며 "교육부장관 시절에 무상급식은 불가능하다 세계적으로 그런 나라 없다 해놓고는 무상급식 전도사 돼 있고, 공립대학 등록금을 사립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금은 공약 첫 번째가 반값등록금인데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지역 현안으로는 임 후보 역시 교육문제를 얘기했다. 그는 "우리 지역에 부모들이 젊어서 교육에 관심이 많은데 고등학교 질이 좀 떨어진다"며 "고등학교 질 유지 방안으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유치해서 경쟁을 유도하고 우수한 학생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지율 격차에 대해서는 "격차를 좁히고 있다"며 "어디까지 좁히느냐가 문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막판에 더해서 역전을 시켜야죠"라고 당차게 말하면서 자리를 떴다.
그는 이날 유세에서 자사고와 예술고등학교 유치를 통한 '명품 교육도시 조성'과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 1% 대 인하, 삼성전자 인력의 가능한 영통 거주화 노력 등을 통한 지역 경제활성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 유권자의 엇갈린 표심
아주대 삼거리에서 만난 30대 중반의 엔지니어(남)는 "후보나 공약은 거기서 거기인데 정당 때문에 김진표씨를 선택하려 한다"며 "서민을 위한다고 했는데 다 힘들고 기득권 세력만 득세하는 게 싫어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의 여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을 피하고자 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메탄 4동에 거주하는 50대 자영업자(남)는 "당을 우선으로 하는데 민주당은 너무 공약을 남발하는 것 같다"며 "실제 국회의원이 힘이 있느냐, 믿음이 안 간다"고 말해 임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3선 도전과 정치 신인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힘 있는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목소리와 재선 동안 한 일이 없다며 새로운 인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맞섰다.
영통 6단지에 거주하는 40대 전업주부는 "김진표씨가 계속 됐는데 썩 잘한 것 같진 않다"며 "이번에 좀 바꿔보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아주대 삼거리에서 속옷가게를 하는 50대 남성은 "특별히 지지하는 이는 없어요. 상황이 닥쳐봐야 알죠"라면서도 "힘이야 김진표씨가 있죠. 하던 사람이니까 그렇죠"라며 김 후보 지지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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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