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재계 주요 그룹 오너가(家)의 경영권 교통정리가 한창이다.
장기적인 그룹 경영권 분할 문제를 두고 형제간, 사촌간 불거질 수 있는 갈등 해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니더라도 최근 삼성가 형제간 상속분쟁은 몇몇 그룹사 오너가에게 이런 분위기를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다.
재계의 한 인사는 "창업주 세대에 이어 2~3세들의 경영시대가 열리면서 선대에서 확실하게 매듭지어지지 않은 다양한 갈등이 표출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그룹의 후계 문제나 형제나 사촌간 사업적 분할 문제에 최근 신경쓰는 오너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사실 최근 삼성가 형제들의 상속분쟁은 각 그룹 오너들에게는 상당한 경각심으로 작용되고 있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나 삼남 이건희 삼성 회장 등 3남 5녀의 경영권 승계와 사업분할, 재산상속의 정리를 마무리하고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 과정의 잡음은 20여년이 흐른 후 새롭게 표출되는 양상이다.
이맹희씨 등 일부 삼성가 형제와 그 후손은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최근 1조원대의 재산분쟁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가 뿐만아니라 SK, 롯데 등도 형제간 사촌간 '몫의 분할'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곳이다.
SK 오너가는 고(故) 최종건 회장 직계인 최신원 SKC 회장과 고(故) 최종현 회장 직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간 '사업 분가' 문제를 두고 수년째 고심 중이다.
최신원 회장의 분가 움직임은 최근 더 활발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지난해부터 SK그룹 계열사인 SK네트웍스, SK하이닉스, SK케미칼의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지난 3월 SK네트웍스 5000주를 매입하는가 하면 2월에는 SK하이닉스의 주식 5000주를 사들이기도 했다.
그의 SK계열사에 대한 지분은 최대주주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지만 계열분리 여부를 두고 해당 기업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향후 최태원 SK 회장 형제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되면 이런 계열분리 움직임은 본격화될 것으로 그룹 안팎은 내다보고 있다.
롯데 오너가에서는 신격호 회장의 첫째부인 고(故) 노순화 여사의 외동딸인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의 '몫' 분배가 늘 그룹 안팎의 관심사다.
또, 그룹 주변에서는 신 회장의 숨겨진 여인 서미경씨 사이에서 태어난 신유미씨(29)에 대한 분배 문제도 수년전부터 현안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CJ그룹의 오너가의 미묘한 분위기는 재계가 특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부분이다.
최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그룹 내 활동이 활발하다. 특히 지금까지 누나인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이 전담해온 그룹 내 미디어부문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이미경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불려왔던 하대중 CJ E&M 사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고 이재현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김성수 부사장이 이 분야의 대표로 전격 발탁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재현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그룹 전 상무도 2~3년전 이미 CJ그룹에서 퇴사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재환 전 상무는 완전히 CJ그룹을 떠나 지분 100%의 개인회사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및 자회사 CJ무터의 대표이사로서 홀로서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씨가 CJ그룹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CJ에듀케이션즈에 대리로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개시한 것이다. 경후씨는 그동안 CJ그룹 사업팀 소속으로 근무해왔지만 대리라는 직함을 달고 계열사에서 본격적 활동을 개시한 것은 처음이다.
업계 일각에서 CJ그룹 내 보유 지분이 미미한 이미경 부회장과 이재환 전 상무와의 선을 긋고 후계구도 준비에 들어갔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 삼성그룹도 내부적인 영역 나누기가 시작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최근 전자 계열사의 사업 합치기와 쪼개기, 일부 계열사의 지분변동 등 일련의 변화는 이재용 삼성전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의 교통정리를 위한 정지작업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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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강필성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