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홍군 기자]STX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일부 자회사와 보유지분 등 1조원대 규모의 자산매각 과정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최대한 빨리 자산을 매각해 현재 추진중인 재무구조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STX는 주력사업인 조선과 해운의 장기 불황으로 부채비율이 급증하는 등 유동성이 악화됨에 따라 국내ㆍ외 비주력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한 2조50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6일 STX그룹은 최근 산은에 사모펀드(PE)를 조성해 일부 자회사와 보유 지분 등을 사줄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와 산은PE가 공동으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현재 매각작업이 진행중인 STX유럽의 자회사인 STX OSV를 제외한 국내 비상장 계열사와 해외 자원개발 지분 등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이다.
STX가 SPC에 매각하는 자산은 STX중공업 경영권과 STX에너지 등 일부 계열사 지분, STX팬오션이 보유한 비경제성 선박, 해외 자원개발 법인 지분 등으로, 1조~1조5000억원대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의 이 같은 구상은 두산그룹이 지난 2009년 구조조정을 위해 추진했던 자산매각방식과 유사하다.
당시 두산은 이른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모투자펀드(PEF)들과 함께 SPC를 설립하고 두산DST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SRS코리아, 삼화왕관 등 4개 비주력 계열사를 7800억원에 팔았다.
이 자금은 미국 건설장비 업체인 밥캣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활용돼 두산이 이른바 ‘밥캣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STX는 STX OSV 매각, 국내 비상장 계열사 지분 매각, 해외 자원개발 지분 매각, 일부 비경제성 선박 매각 등을 통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STX 관계자는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과의 원활한 합의를 바탕으로 선제적 재무안정화를 실현하고, 사업부문별 경영실적 확대에 주력함으로써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TX가 산업은행에 SOS를 친 것은 이 같은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자산을 매각하려다 보면, 제값을 받기가 쉽지 않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제값을 받고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은이 STX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산은 관계자는 "STX로부터 매각참여와 관련해 제안을 받았고 현재 검토를 시작했다"며 "지금 단계로서는 그 제안을 수용할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STX는 처분하고자 하는 자산에 대해 시장가격이 너무 낮아서 주거래은행인 산은이 적정가격에 매입하고 이후에 STX가 다시 재무건전성을 회복한 이후에 되사가는 구조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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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