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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재벌 몰아주기 잡겠다"…법적 근거는 '미약'

기사등록 : 2012-05-3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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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규 상으로는 실효성 없어"

[뉴스핌=노종빈 기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재벌개혁과 관련, 감독강화 발언을 내놓았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나 법적 근거는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권 원장은 30일 전경련 조찬강연을 통해 대기업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 제재 강화에 대해 강조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샌드위치 경제에서 우리나라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핵심역량 및 미래 신성장 업종 발굴·투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계열사에 대한 금융상품(펀드나 방카슈랑스 등)의 몰아주기, 우회적 자금지원 등 부당 내부거래 관행이 상존하고 있다"며 "공정금융질서 확립을 위해 대주주 포함 계열사 와의 부당거래에 대한 검사 및 제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대주주의 물량 몰아주기, 시장가격대로라면 '별 문제없어'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법률적, 제도적 근거는 미약한 상황이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펀드 등 금융상품의 몰아주기인 경우 과거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서는 자산운용사와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경우 30%(관계선물사의 경우 50%) 이상 넘어서는 경우는 금지토록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자본시장법으로 개정되면서 사실상 규제는 모두 사라진 상황이다.

자본시장법에 있는 대주주 등 특수관계자 거래제한과 이해관계인과의 거래제한 등의 규정에 따르면 집합투자업자는 이해관계인과의 거래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가격 산정과 관련한 문제만 없다면 대주주나 이해관계자 간 거래가 법규 위반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즉 펀드나 방카슈랑스 물량을 계열사에 몰아주더라도 이는 전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한 지난해 9월말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85조에서는 이해관계자 거래에 대해서도 예외를 두고 있다.

즉 이해관계인의 중개·주선 또는 대리를 통하여 시장에서 금융상품을 매각한 경우에는 예외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계열사간 금융상품 몰아주기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근거는 미약한 상황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금융상품 몰아주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지적된 펀드나 방카슈랑스 부분에서 권 원장의 발언은 오히려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몰아주기 관련 리베이트 적발 근거 '미약'

또한 금융상품 몰아주기와 관련한 리베이트 등 우회적 자금지원의 경우도 법적 근거가 없어 쉽게 적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본시장법에서는 투자매매업자 및 중개업자(증권사)에 대한 이익 제공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금융업협회 규정을 통해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이다.

예컨대 금융투자업 관련 규정을 보면 재산상 이익의 제공 및 수령과 관련 3만원 이하의 물품이나 식사, 20만원 이하의 경조비 등 재산상의 이익으로 보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의 경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세미나나 설명회를 통해 이익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 때 소요된 비용에 대해 대표이사나 준법감시인이 적정성을 판단토록 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들이 적정하다고 판단하면 더 이상의 제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대표이사나 준법감시인이 사전 승인하는 경우 한도를 초과하는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부득이하게 사전보고 하지 못한 경우는 사후보고로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재벌 소유 보험사 감독 강화 뜻 아냐"

일각에서는 권 원장의 발언을 대기업 소속 보험회사들의 보험계약과 관련 검사를 강화하겠다는 시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행 보험업법 등에서도 시장원리에 위배되지 않은 공정한 가격 조건을 지킨다면, 아무리 계열사에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공급한다고 해도 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자산을 양도할 때 무상으로 하거나, 일반적인 거래조건에 비추어 어긋나는 매매나 교환, 신용공여 등을 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법적 테두리 내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다시말해 제3자 가격(공정가격)만 지켜주면 자산을 재벌의 계열사가 인수하더라도 법규 위반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따로 새롭게 검사를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대기업 계열사가 연계된 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의미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일반적 경쟁 관계를 존중하지 않거나, 수수료나 계약조건 등에서 계열사라는 이유로 과도한 편익을 제공하는 경우를 지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 "금감원장 업무권한 밖의 발언"

금융업계에서는 이를 위해서는 감독규정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금융위의 소관업무로 금감원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무리한 발언"이라며 "규제와 관련해 충분한 방향설정이 돼 있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 같다"고 풀이했다.

그는 "만약 적발하더라도 이는 신의칙 상의 위반은 될 수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행정제재나 행정벌 처분은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분은 금융당국의 규제 정책에 속하는 발언이지만 현행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며 "먼저 학계를 비롯해 금융위나 금감원은 물론, 금융회사나 협회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숙고해야 할 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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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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