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해도 너무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뻔히 보이는 이물질을 넣고, 터무니 없는 금액을 보상하라고 큰 소리를 칩니다.”
“보상을 거론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인터넷에 올린다고 합니다. 심지어 원인 파악을 위해 제품 회수에 나가도 믿을 수 없다고 안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식품업체 고객만족팀(CS팀)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소비자의 주권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식품업계의 CS 관계자들의 남모르는 눈물도 적지 않다. CS팀도 감정 근로자로서 애환이 남다르다고 종사자들은 토로한다.
1일 현재 식품업계에서 CS업무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고객의 불만사항을 전달해 제품 개선 및 연구개발(R&D)에 활용하고 있으며 더불어 이물질 등 불만요인 발생시 신속하게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
무엇보다 입소문에 민감한 먹거리라는 점에서 식품회사의 CS는 각별하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좀처럼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이물질이 들어있다고 항의하는 경우”라며 “규정상 이물질이 있으면 회수해 식약청에 신고하고 경로를 분석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제품을 환불해줘야 하지만 다짜고짜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으름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언론사에 제보하겠다거나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는 식으로 진화(?)했다.
CS팀의 특성상 이런 무리한 요구에도 ‘안된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미 주요 식품업계는 소비자대응 CS 매뉴얼을 통해 소비자를 응대하고 있다. 회사를 대표해서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만큼 늘 밝은 태도로 소비자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사과를 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S담당자 치고 욕설·고성을 안 들어본 사람도 없을 지경이다. 어딜 가나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라는 인식을 가진 소위 ‘진상’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CS팀 내에서나 고객응대 도중 울음을 터트리는 마음약한 CS담당자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A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 자택으로 찾아가 멱살을 잡힌 사례도 있었을 정도”라며 “CS담당도 사람인데, 왜 억울하고 화나는 일이 없겠냐”라고 말했다.
사실 일부 업체는 수년 전 외주 CS팀을 구성했지만 이내 본사의 업무로 전환시켰다. 고객대응이 잘못되면 기업이미지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데 반해 외주업체에게 책임 있는 업무를 주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한 탓이다.
하지만 CS팀은 대부분의 식품기업에서 여전히 비인기 부서다.
B식품업계 관계자는 “CS팀에서 2~3년을 버티면 부서를 옮겨달라고 건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며 “일도 일이지만 스트레스를 받게되는 것을 감안해 회사에서도 대체로 수용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C 기업에서는 아예 CS팀원을 대상으로 정기적 심리상담을 진행하거나 레크레이션 등을 통해 업무 피로를 풀어주고 있다.
그럼에도 CS팀의 애환은 적지 않다. 사실상 고객과 대응하는 회사의 얼굴이라는 짐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을 응대한다는 감정노동 자체가 개인 생활에 막대한 스트레스와 후유증을 동반한다”며 “기업에서도 이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CS업무는 어렵다. 소비자들이 조금 만 더 이해심을 갖고 기업을 대해줬으면 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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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