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그렉시트(Grexit)’ 여부를 판가름할 총선을 앞두고 있는 그리스와 은행권 부실로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제기되는 스페인 등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가 심상찮다.
보수적 시각을 견지할 수밖에 없는 금융당국의 수장마저 최근 “유럽 재정위기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충격”이라는 발언을 내놓는 등 작금의 경제 상황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형국이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악화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도 큰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미 각 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대비에 나서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관점에서 최악의 사태를 준비하자는 의미로, 유로존 위기에 따른 국내 금융과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당국과 각계의 대응방안 등에 대한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특히 앞서 두 차례의 대형 금융위기를 통해 취약점이 발견된 국내 부동산시장의 위기 대응 반응은 어떤 분야보다 중차대하다. 뉴스핌 사회부동산팀은 유로존 재정위기에서 촉발될 대규모 금융위기의 부동산 시장 파급력과 시장과 건설업계의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뉴스핌=이동훈 기자] 유럽 재정위기 악화로 세계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급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 위기의 영향이 미국으로 확산돼 국내로 들어올 경우, 그 강도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지난 5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을 미칠 것”이라며 위기 대비를 강조한 바 있다.
게다가 이번 사태가 지난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뛰어넘을 것이란 예측도 나오면서 국내를 비롯해 미국, 중국 등의 부동산 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2007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일정 기준 이하인 저소득층을 상대로 한 미국의 주택 담보 대출을 말한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 부동산 시장은 완전한 회복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거품이 한 순간에 빠지면서 서민들은 빛 더미에 올라앉았고, 지금도 거대한 가계부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기준 미국의 주택 가격은 최고점 대비 33% 정도 빠졌는데, 이는 1930년대 초 대공황 당시 기록한 최고점 대비 31% 하락률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득수준이 올라가야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금융위기와 실업률 상승 등이 발목을 잡은 것.
국내 부동산 시장도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거래량이 급감했다.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2008년 3월 4만6629건을 기록하다, 9월에는 2만5639건, 10월에는 2만7479건으로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지금도 거래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경제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의 경색이 우려된다. 올해 1분기 국내 금융권 가계신용 총 잔액이 911조9000억원에 달하고, 거래시장도 매수자 중심의 약세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명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유럽 위기의 파급력은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불안감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채권과 주식시장이 선행한 후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기 때문에 당장 거래량이 줄어들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마케팅 팀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시장이 유럽위기로 한층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국내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고, 기대감도 악화돼 시장 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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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