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로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1년이 넘었다. 지난 1년간 가계부채의 질은 심각히 악화되고 있다. 1000조원에 이르는 총량 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 가계부채는 언제 폭발할 지 모를 시한폭탄이나 다름 없다.
금융당국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최근 들어 금융당국 수장들도 다중채무자 문제 등과 관련해 연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동시에 주택담보대출 등 서민들의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중산층 붕괴 조짐도 엿보인다.
정책공조를 얘기하지만 아직까지 금융위-금감원-기획재정부-한국은행 간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한 온도차는 여전하다.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지난 1년간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고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핌=김연순 기자] #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50대 회사원 이모씨는 몇 년 전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이 씨는 최근 주택가격 하락에 따라 담보인정비율(LTV)이 상승하면서 상환부담에 고민이다. 하지만 더 큰 걱정은 앞으로다. 현재는 소득이 있어 유지가 가능하지만 은퇴 후에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담보대출이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다중채무자,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가계부채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중산층마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돌아오면서 이자만 내던 가구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하우스푸어(집을 보유한 가난한 사람)의 양산은 중산층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선 만기 연장에 따라 실제 원금상환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최근 빚을 갚지 못해 집을 내놓는 사례는 점점 늘어나는 실정이다.
특히 하우스푸어 중 50대 중산층이 향후 주택담보대출의 직격탄을 맞을 될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자료:금융위원회> |
◆ 주택담보대출 만기부담…하우스푸어 양산
올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해 은행권이 가계에 빌려준 가계빚 100조원의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79조5000억원으로 80조원에 육박한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중 한번에 갚아야 하는 일시상환 대출은 59조9000억원, 거치기간이 종료돼 원금 상환이 시작되는 분할상환 대출은 19조6000억원이다.
총 120만 가구가 만기 도래액 위기에 처해 있는데 가구당 8300만원 정도에 이른다.
만기연장이 안 될 경우 빚을 갚지 못하면 이들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담보대출일 경우 경매처분으로 이어진다. 하우스푸어의 양산이 중산층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박덕배 연구위원은 "주택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있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어 하우스푸어가 양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에서는 만기 연장 비율이 90%에 육박하기 때문에 당장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통상 만기가 도래하는 일시상환 대출의 상당부분은 만기연장이 이루어진다"면서 "분할상환 대출은 원금이 잔여만기 동안 분할상환되므로 실제 가계의 원금상환 부담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빚을 갚지 못한 나머지 경매처분은 점점 늘고 있다. 최근 지지옥션의 집계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수도권 아파트 경매건수는 1만3210건으로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 50대 중산층, 주택담보대출 '직격탄' 전망
더욱 큰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은퇴를 앞두고 있는 50대 가장이 향후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주택담보대출 원금 상환을 미룬 채 이자만 내는 대출자가 무려 80%에 육박하고 있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이자만 내던 가구가 원금 상환에 들어가면 소득 중 원리금 상환비율이 평균 49.1%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주택대출자 소득의 절반 가까이 빚을 갚는 데 쓰는 셈이다.
특히 50대 중산층 가장의 경우 현재는 소득으로 버티고 있지만 은퇴 후 주택담보대출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규복 연구위원은 "하우스푸어 중 50대 은퇴를 앞둔 분들 중에 노후준비를 못한 분들은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지금은 소득이 어느 정도 되고 버텼는데, 만약 은퇴를 하게 되고 부동산 경기가 안좋으면 중산층으로 있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서정호 연구위원은 "하우스푸어라고 하면 본인의 상환능력에 비해 과도한 집을 가지고 있는 계층"이라며 "(중산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큰 트렌드가 틀린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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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