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홍군 기자] 현대중공업이 회사채 발행과 자산매각을 통해 올해 들어서만 2조2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끌어 들이는 등 현금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주부진으로 현금 유동성이 악화된 데다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IPO(기업공개)를 통한 자금회수마저 차질을 빚으며, 운전자금과 차입금 상환용 자금마련이 다급해진 탓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날 주식시장 개시전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보유중인 현대차 주식 320만3420주(지분율 1.45%)를 주당 20만원, 총 7047억원에 복수의 기관투자가에게 매각했다.
당초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은 3.45%로, 이 가운데 1.45%를 팔아 현금을 마련한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분매각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이달 24일 3년만기 3000억원과 5년만기 4000억원 등 총 7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을 단독 대표주관사로 선정해 발행 절차를 진행중이며, 16일 수요예측을 마쳤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에도 3년만기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었다. 이번 회사채 발행이 마무리되면 올해 들어서만 1조2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회사채 시장을 통해 조달하게 된다.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도 5년 만기로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이 회사채 및 자산매각을 통한 대규모 자금확보에 나선 것은 수주부진으로 현금 유동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현재 현대중공업의 신규 수주는 73억1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5% 급감했다.
여기에 지난해 수주한 드릴십은 선박 대금이 인도시기에 집중되는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이어서 건조자금의 선제적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현대중공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3418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6099원)에 비해 45% 가량 증가했지만, 드릴십 건조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할 때 운영자금이 빠듯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지난해 수주한 드릴십 결제방식으로 선제적인 자금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면서 생긴 차입금 상환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2조5734억원의 현대오일뱅크 인수자금을 CP(1조원)와 ABCP(1조5000억원)으로 조달했다. 이 가운데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만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중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보유지분 91% 가운데 일부를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었지만, IPO가 무산되면서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순차입금이 올해 연말까지 6조원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자기자본대비 차입금 수준이 40%에 불과하지만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자금압박이 불가피한 구조"라고 분석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수주한 드릴십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수주부진으로 들어오는 현금이 줄어든 데다 현대오일뱅크 IPO가 늦어지며 자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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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