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에 따라 글로벌 경제 전반이 장기 불황의 우려감을 높이고 있다. 국내 대표 기업들에게도 이런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저마다 위기대응체제를 구축하며 글로벌 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IMF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통해 충분히 학습한 국내 기업들은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며 긍정의 힘을 불어넣고 있다. 세계가 놀라는 뚝심의 저력과 세계 1등을 달리는 신기술, 신제품, 신사업은 국내 기업들의 위기극복 키워드다. 이른바 '3신(新)경영'의 현장을 따라가 봤다. <편집자 주>
[뉴스핌=이강혁 기자] "여름휴가가 끝나면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들어가야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할지 쉽지 않죠. 대내외적인 변수들이 너무 많습니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유로존 위기와 글로벌 경제 불황, 국내 대선정국 등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어느 때보다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져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또다른 임원은 "그동안 예측하고 대비했던 문제들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변화는 생각했던 거보다 그 강도가 강하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유로존 위기만 하더라도 그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 주요 기업 대부분은 하반기 들어 경영전략 전반을 재점검하고 있다. 유럽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지만 그 파급은 예상보다 빠르고 깊은 불황의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는 판단이 높다.
이미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수출 기업들은 유럽시장 전반에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발동했다. 국내 실물경제 전반에까지 파장이 몰려오자 내수의 장기불황에 대비할 대응책 마련에도 나선 상태다.
하지만 파장의 정확한 흐름을 읽는다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게 대부분 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각 기업 총수들이 앞다퉈 '위기 차단'과 '기회 찾기'를 강조하며 철저한 대비태세를 주문하고 있지만 위험관리는 쉽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주요 기업들은 핵심역량 강화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장기적인 불황 국면에 대응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제품이든 판매든 임직원 마인드 강화든 '혁신'적인 경쟁력 강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단적으로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유럽위기 대응 차원에서 시나리오 경영을 가동하고 있다. 일단은 유로화 움직임에 따른 대응책이지만 글로벌 경제 전반에 대한 상황설정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각 연구원들이 주요 시장의 상황들을 분석하면서 이를 신속하게 경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보고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움직임과 함께 권오현 부회장이 주문하고 있는 경영목표에도 임직원 모두가 발빠른 대처를 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 수장을 맡은 이후 지속적으로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와 융합·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사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연초부터 줄곧 강조해온 신기술, 신제품, 신사업 등 이른바 3신(新)경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끊임없는 혁신을 모색하고 차세대 성장엔진을 발굴하자는 게 핵심 골자다.
이 회장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서 "기존의 틀을 모두 깨고 오직 새로운 것만을 생각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들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사업의 큰 그림을 구체화시키며 신사업 개척 의지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도 유럽시장 전반에 대해 긴장감을 크게 높이고 있다. 상반기 농사는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졌다는 판단이지만 유럽위기 장기화에 대비하자는 경영진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하반기 첫 경영활동으로 해외법인장들을 불러모아 "유럽 위기가 타 지역으로 전이될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주요 경영진들과 함께 유럽법인 등을 둘러보면서 위기 돌파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특히 글로벌 시장에 대한 대응책과 더불어 하반기 내수 판매에도 대응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황이 국내에도 여파를 미치면서 하반기 내수 판매가 걱정인 상태다.
정의선 부회장은 7월 초 국내 전국 지점장 등 530여명이 모인 판매촉진대회에 참석해 "고객 서비스 혁신과 판매역량 강화, 창의적인 판촉전략 시행 등으로 하반기 68만대 판매 목표를 달성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현대차는 '혁신'의 경영키워드를 위해 연초부터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새로운 브랜드 선정 등으로 위기대응 전의를 높이고 있다.
LG도 위기관리를 본격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LG전자는 유럽위기 대응 차원에서 유럽의 매출 비중은 줄여가는 등 매출처 다변화를 진행 중이다. 또, 제품의 혁신적인 경쟁력 확보와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이면서 비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LG는 특히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LG전자 등 주력 계열사를 더 빠르고 강력한 조직 운영체제로 개편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등 총수들은 앞다퉈 "전사적인 사업 전반을 다시 점검하라"라고 강력한 주문을 내놓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에 해왔던 신흥시장 개척 노력의 지속,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기술개발, 신제품 개발, 유망 신산업 진출 노력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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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