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재계가 8일 정부가 내놓은 '2012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실망의 표정을 지었다. 상생적 측면의 큰 틀에서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경제상황과 대기업 경영여건에서는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재계가 가장 우려했던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은 예상대로 확대됐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최저한세란 대기업이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이익이 발생한 경우 최소한의 세금은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최저한세율이 기존 14%에서 15%로 1%P 상향 조정되면서 조세감면 혜택을 누리던 대기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됐다.
예를 들어 과세표준 5000억원인 기업은 현 법인세율을 적용하면 납부세액이 1100억원에 달한다. 이 기업이 R&D투자 등으로 공제대상세액이 500억원 발생한 경우 기존에는 669억원(14%)의 법인세를 내면 됐지만 개전안에 따르면 세금 709억원(15%)을 납부하게 된다.
더불어 기업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용과 연계된 추가공제율은 확대하고 고용과 관계가 적은 기본공제율은 축소됐다.
기존에는 고용이 감소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투자금액의 3~4% 세액공제를 했지만 개정안에서는 기본공제율을 곱한 급액에 감소인원 1인당 1000만원의 공제금액을 축소키로 했다.
이에 반해 중견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은 보다 폭넓게 조정됐다.
기존 세법에서는 중소기업이 성장해 일반기업으로 등록되면 5년의 유예기간 이후 R&D 세액공제가 10%에서 3~6%로 대거 낮아진다. 이에 따라 이번 세법개정에서는 중견기업의 별도 공제구간을 만들어 8%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 특수관계 기업간 거래에서 접대비 한도를 축소했고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을 매출액 1500억원 이하 기업에서 2000억원 이하 중견기업까지 확대하는 등 기업에 대한 다양한 세법 개정아니 반영됐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최저한세를 높인다는 것은 기업의 실질부담률을 높이는 것이고, 이는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을 수 있는 문제"라면서 "세금이 늘어나면 일자리 창출이나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기업의 활력도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세계 주요국들이 법인세 부담을 낮추어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자칫 기업활력 위축과 반기업 정서 악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논평했다.
대한상의는 또,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이 물가상승, 경제성장 등 경제여건 변화에 비해 조정이 미흡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개선되지 않은 점도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상속세의 경우도 주요국에서는 없는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평가 제도를 폐지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상속세제 개선을 통해 경쟁력 있는 장수기업 육성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세계가 장기불황의 우려로 신음하고 국내 대기업들도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는데 최저한세마저 높아지면 그만큼 경영에는 부담이지 않겠냐"면서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율이 확대 조정되는 등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실질적으로 대기업의 세금 부담은 커지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재계는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시 세제지원을 확대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R&D 세제지원 적용기간 연장, 중견기업의 R&D비용 세액공제 확대 등은 국가경제와 기업의 성장동력 확충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