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전태일 재단 방문이 유족들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 전태일 다리를 방문, 헌화하려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사진: 뉴시스] |
전태일 열사 유족들은 박 후보 방문에 앞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너무 일방적인 통행이라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방문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유족을 대표한 전태열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는 "이 나라에서 우선 시급한 것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쌍용차 22명의 노동자들의 죽음이 있는 대한문 분향소부터 방문하고 분향하는 것"이라며 "쌍용차 문제를 해결한 후에 오시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한문 앞에서 더 이상 죽으면 안 된다고 시민들이 안타까운 심정으로 호소하고 있다"며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를 하루 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노조원들은 최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쌍용차 사태해결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여왔다.
전태삼씨는 "전태일 정신이 없이 전태일 재단에 오는 것은 그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라며 "하루하루 생존에 고통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공권력을 넘어서서 용역이라는 폭력배들이 노동자들을 무력으로 짓밟고 법을 짓밟고 사법권을 위협하는 이 무법 천지에 어느것 하나라도 우선 시정하고 해결하려는 마음의 진실이 먼저 앞서서 가야 할 곳이 있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전태열 열사 여동생인 전순옥 민주통합당 의원도 이날 성명을 내고 "재단 방문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면 비정규직, 최저임금, 청년실업, 가계부채 등 이 나라 노동현실의 절박함을 온몸으로 이해하고 이에 대한 정책을 가장 앞에 세울 때 나를 포함한 국민들이 방문의 진심을 믿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지금 가장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쌍용차 희생자와 유가족들, 용산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먼저 찾고 가장 나중에 전태일을 찾아도 늦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재단 방문이 무산되자 청계천 6가에 있는 '전태일 다리'로 이동했으나 이곳에서도 충돌이 이어졌다. 고인이 분신자살한 평화시장 인근에 위치한 전태일 다리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의 장례와 김근태 민주통합당 고문의 노제가 열렸던 곳이다.
김정우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전태일 다리를 찾은 박 후보에게 쌍용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며 전태일 동상 앞을 막아섰다. 박 후보는 어렵게 전태일 동상에 헌화했으나 김 위원장이 박 후보가 놓은 국화꽃을 던지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박 후보는 전태일 동상 옆에 위치한 고인의 분신장소에 잠시 머문 뒤 3분 만에 현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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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