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기자] "금융당국이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율이나 대출금리 인하 등 카드사들의 수익이 악화하는 부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이해한다. 하지만 대형가맹점 수수료 상향 조정 등 수익을 보전해 벼랑에 몰린 카드업계가 활로로 삼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는게 답답하다."
여신전문업법 개정안이 연말에 시행되기에 앞서 카드사의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다음달 시행된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들은 오는 12월 대형가맹점과의 가맹점 수수료율 재계약 문제를 앞두고 눈치보기가 여전하다.
이번 수수료율 체계 개편은 중소가맹점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은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춰 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개편을 시행하는 취지에는 공감을 한다"면서도 "대형가맹점은 슈퍼갑으로 카드사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수수료율을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나 그와 관련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1일 권혁세 금감원장은 7개 카드사 CEO 및 여신금융협회장과의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권 원장은 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적용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하면서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이 적정하게 운영되도록 주문했다.
권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대형가맹점에 대한 가맹점수수료 적정화 문제는 이번 개편안의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대형가맹점의 우월적 지위남용 사례가 있는 경우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해당 카드사에 대해서도 시정을 요구하는 등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 문제에 대해 더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청했다. 아울러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합리화에 대해 당국에서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권 원장은 "카드사들이 기존 대형가맹점과 맺은 약정을 일제히 점검하겠다"며 "새롭게 계약을 맺을 때 정책의 취지를 잘 반영했는지 여부를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권 원장이 "(당국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카드업계의 요구 수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금융당국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는 달리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 조정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때문에 계약 갱신이 코앞인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과 대출금리 인하, 리볼빙 제도개선 등 사업 전반에 대해서는 공공성의 이유를 들어 관여하지만, 정작 이를 실행하려는 카드사의 고민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답을 못주는 상황이어서다.
수익악화로 카드업계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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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