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영준 기자]10m 높이의 항공기 주 날개 위를 정비사가 곡예 하듯 걸어 다닌다. 안전을 위한 와이어에 몸을 맡긴 채 날개 윗부분 점검에 여념이 없다.
아래쪽에는 사다리차 위에 또 다른 정비사가 항공기 유압라인을 체크하고 있다. 이곳은 대형 항공기 2대를 동시에 점검할 수 있는 대한항공 테크센터 내 투 베이 행가(Two Bay Hangar).
지난 14일 찾은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테크센터 투 베이 헹가에서는 에어버스의 A330-300 항공기에 대한 중정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행가 뒤로 보이는 활주로에선 여객기는 물론 군용기들이 연신 굉음을 내며 이륙 하고 있었다.
1976년 설립된 테크센터는 현재까지 7300억원 이상이 투자됐다. 총 73만㎡ 대지위에 건물면적 31만㎡을 갖춘 테크센터는 항공기 생산·정비·개조에 필요한 각종 시설 및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무인기 개발 및 우주발사체 관련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최준철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장은 "지난 74년 남침용 땅굴 발견, 75년 월남 패망 등 어수선한 시기에 자주국방 실현과 선진 항공산업국 도약을 목표로 테크센터가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테크센터는 설립 첫 해 국내 최초로 500MD 헬리콥터를 생산하며 국산항공기 시대의 막을 열었다. 이후엔 국산 F-5 초음속 전투기 제공호, UH-60 헬리콥터 등을 생산했다.
최 본부장은 "KT-1 훈련기 사업에서는 동체와 캐노피를 자체 설계·개발하고, F-16 전투기 공동 생산 사업에서도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날개와 후방동체를 제작했다"며 축적된 기술 및 노하우로 군용 항공기 창정비는 물론 성능 개량사업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의 안내에 따라 페인트 행가에 도착했다. 지난 98년 680억원을 들여 만들어진 페인트 행가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페인팅 작업장으로 조양호 회장의 지시 아래 지어졌다.
독일 루프트한자의 페인트 행가를 그대로 구현한 작업장은 페인팅 작업장임에도 바닥에 떨어진 페인트 자국을 찾아볼 수 없었다. 페인팅 작업 시 항공기에 정전도장장비를 사용해 페인트 도착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최 본부장은 "170개의 디퓨저 및 환기시스템은 먼지 발생을 최소화해 친환경성을 극대화 하고 있다"며 "외국항공사 항공기를 포함해 연 30대 가량의 항공기들이 페인팅 작업을 받고 있고, 수준 역시 세계적 수준"이라고 밝혔다.
민항기 제조 공장에선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에 납품하는 샤크렛(Sharklet)이 눈에 들어왔다. L자 모양의 샤크렛은 오토 무빙 라인(Auto Moving Line)을 통해 월 25대 분량을 조립 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구축해 놓고 있었다.
이건영 사업관리 팀장은 "샤크렛은 실제 테스트 결과 연료효율을 3.7%~3.8% 정도 향상시켰다"며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00톤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향후 오토 무빙 라인을 추가로 갖추고, 내년 7월부터 월 50대의 샤크렛을 생산할 계획이다.
테크센터에서는 또 수명이 다 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것은 물론 파손된 항공기를 복원하는 작업도 수행하고 있다. 특히, 훈련 당시 바다로 추락한 해군의 링스(Lynx) 헬기와 육군의 UH-60 헬기는 새로운 생명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최 본부장은 "파손된 항공기 복구 작업은 새로 항공기를 만드는 것 보다 수준 높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한다"며 "미군 UH-60의 경우 미 본토에서 복구 시 통상 5년 걸리지만, 대한항공은 1.6년~2년 내 작업을 완료해 고객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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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