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중산층 표심을 겨냥하고 내건 '하우스푸어 대책'을 두고 정치권과 정부, 금융권이 서로 판이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하우스푸어 대책에 대한 백가쟁명식 논란이 이어질 경우 대책의 실제 도입 여부와 적용시점 등에 대해 혼선이 빚어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칫 하우스푸어 대책 도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우선 정치권은 뜨겁다. 당장 석달도 남지 않은 대선에 미칠 변수가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추정하는 하우스푸어는 대략 150만 가구로, 최소 '300만 표' 이상이 정부의 하우스푸어대책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어서다.
정치권은 도덕성 문제를 겨냥했다. 야당 측은 하우스푸어 대책은 서민용 대책이 아니라 투기를 꿈꾸며 갚지도 못할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수요층인 만큼 당장 해결해야할 부분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집을 사 웃돈을 챙길 것을 염두에 두고 집을 산 사람들을 '혈세'로 지원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응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진영은 하우스푸어 대책이 여기저기서 '뭇매'를 맞자 곧바로 반박성 자료를 내면서 하우스푸어 대책 논란에 불을 지폈다. 박 후보 측은 하우스푸어 대책에서 재원은 재정이 아닌 연기금과 공공기관의 투자를 통해 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방식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렇게 하우스푸어 소유 주택의 지분을 매입한 이후 집값이 떨어지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재정을 막을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 박 후보의 대책대로라면 지원 종료 이후 하우스푸어가 해당 주택을 재매입해야 하지만 집값이 떨어질 경우 이들이 다시 집을 매입할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하우스푸어 대책이 나오면 대출을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수요자까지 은행 대출 금리보다 낮은 정부 대책을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쯤 되면 도덕성 문제 정도가 아니라 국가 연기금이 모두 하우스푸어의 고통을 막아주는데 투입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300만 표가 걸린 만큼 뜨거운 정치권의 반응과 달리 정부는 냉랭하다. 하우스푸어 대책에 대해서는 부동산시장의 부활을 위해 노력하는 국토해양부 조차 시쿤둥한 반응이다.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 고위 관계자는 "하우스푸어 문제가 오래 전부터 언론을 통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가계대출 부실로 이어지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은 부실율이 카드나 여타 신용대출에 비해 월등히 적어, 현재로선 굳이 하우스푸어 대책이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 권도엽 장관도 지난 26일 과천 국토부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하우스푸어 대책은 중장기적으로 고려해야할 일"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권 장관 역시 당장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아예 국토부는 "국민주택기금을 하우스푸어 대책에 활용할 수 없다"고 밝혀 하우스푸어 대책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실제 국민주택기금의 성격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집 주인을 돕는 명목으로 활용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권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당장 시급한 일은 아니지만 준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펴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다음 달부터 하우스푸어대책의 일환인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후재임대)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금융권의 수장격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박 후보측의 하우스푸어 대책이 나온 다음 날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부분도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아예 재정투입도 고려한다고까지 언급해 하우스푸어에 대한 선제대응 필요성이 금융권에서 거론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 같은 시각차로 인해 하우스푸어 대책 수립은 상대적으로 장기화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한 관계자는 "일단 하우스푸어 대책은 시장에서 먼저 풀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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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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