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국회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오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느 해보다 정치권의 재계 압박이 거센데다, 대기업집단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들의 국감 증인 채택도 다양한 사유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재계는 정치권의 경제인 증인 채택을 두고 '정치적 계산'이라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대부분 타당한 이유와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 대놓고 반발할 수도 없는 모양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화두가 있으니 부르겠지만, 기업 내부에 대한 경영간섭은 경제상황을 고려해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나타냈다.
4일 재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여야 정치권은 5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에 대기업집단 오너와 최고경영자(CEO) 등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등 재계 오너 인사들을 대거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정무위는 증인 채택의 배경으로 골목상권 침해, 중소기업 보유주식 탈취,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등을 꼽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신동빈 회장과 정지선 회장, 정용진 부회장 등은 오는 11일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감에 출석시킨다는 방침이다.
특히 신동빈 회장에 대해서는 청라 베어즈베이스트 골프장 사업과 관련해 중소기업이 보유한 청라지구 지분을 헐값에 가져갔다는 의혹까지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앞서 골프장 시행사인 ㈜KNYCO와 ㈜청라투자개발은 지난 7월 롯데건설 등 대기업 3곳을 배임 혐의로 중앙지검에 고소한 바 있다.
정무위는 또, 공정위 조사 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조영호 SK C&C 부사장과 최상규 LG전자 부사장, 홍원표 삼성전자 부사장도 공정위 국감 증인으로 불렀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증인 채택을 추진했지만 여야의 합의 과정에서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부회장과 안건희 이노션 대표이사, 손효원 현대엠코 대표를 참석시키는 것으로 조정됐다.
키코(KIKO·환헤지 통화옵션 상품) 등과 관련해서는 윤용로 외환은행장, 하영구 씨티은행장, 리처드 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 등이 증인으로 결정됐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론스타 관련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이와 관련한 정무위의 금융위원회 국감은 오는 8일이다.
정무위는 이와 함께,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와 관련해 이흥전 전 나래이동통신 사장을, 안랩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전 안랩 2대주주 원종호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회 태안유류피해 대책특위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노인식 삼성중공업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의 백혈병 직업병 문제로 증인 채택을 논의 중이다. 국회에서는 이들 증인신청을 통해 삼성의 사회적, 도의적 책임을 집중 추궁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식경제위원회도 이승한 홈플러스 대표, 최병렬 이마트 대표,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허승조 GS리테일 대표 등 유통회사 CEO를 증인으로 채택해 골목상권 침해 여부를 추궁한다.
환경노동위원회는 한진중공업의 이재용 사장, 창조컨설팅 심종두 대표 등 45명을 국감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MBC 파업 사태와 관련해서는 MBC 김재철 사장과 정영하 노조위원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화두에서 재벌개혁과 총수 비리 문제는 가장 민감한 이슈 아니겠냐"며 "경제인의 증인 채택은 국감이 진행되면서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재계는 국감에서의 경제인 증인 채택은 '정치적 계산'이 다분한 조치라고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불확실성을 높이는 상황에서 대기업집단 오너나 CEO를 출석시키면 경영의 누수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항변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선정국 때문에 정치적으로 경제인들이 불려다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면서 "오너의 국감 증인 출석은 해당 그룹의 대외적 신인도 문제에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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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