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기름 많이 먹는 차’, ‘투박하고 못 생긴 차’ 그동안 미국차에 대한 대표적인 소비자 인식이다. 하지만 포드의 3세대 이스케이프는 이 같은 인식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차 냄새를 완전히 벗어나진 못해도 꽤 유럽차다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만난 서울 광장동에서 만난 이스케이프는 현대차 투싼ix, 기아차 스포티지R 정도의 소형 왜건형 자동차다. 차체 뼈대에 해당되는 플랫폼은 포드의 소형차 포커스와 공유하고 유럽에선 ‘쿠가’ 이름으로 팔린다. 포드의 ‘원 포드’ 전략이다. 차 한대라도 제대로 만들어 전 세계에 팔겠다는 얘기다.
이스케이프 시승은 광장동 워커힐호텔을 출발해 포천시 신북면 기지리의 포천아트밸리를 되돌아오는 20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도심과 고속도로 그리고 굽이진 국도가 고루 섞였다.
1.6ℓ급 터보 엔진 성능은 어떨까? 올림픽도로에서 서울-춘천고속도로 강일IC를 향해 가속 페달을 꾹꾹 밟았다.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 터보 엔진은 민첩한 반응을 보였다. 엔진 배기량은 낮지만 최고출력 180마력/5700rpm, 최대토크 25.4kg·m/2500rpm 힘을 낸다. 2.4ℓ급 혼다 CR-V 수준이다.
이스케이프는 일반적인 SUV와 달리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독일 등 유럽 자동차 브랜드가 SUV는 물론 세단에도 디젤 엔진을 적용하는 것과 대조된다. 엔진 배기량을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는 이른바 ‘다운사이징’ 추세를 따른 것이다.
고속도로에서는 배기량의 한계를 드러냈다. 출발 전 포드코리아 관계자가 이스케이프 최고속도는 시속 X80km에서 제한된다고 말했으나 시속 X60km부터는 속도가 잘 오르지 않았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2.0 모델이 낫겠다.
서울-춘천고속도로 설악IC를 나와 양평부터 국도가 이어졌다. 굽이진 국도에서는 차체 움직임과 브레이크 등 반응이 빨라 포드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이스케이프가 4륜구동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이상의 달리기 성능을 갖췄고 유럽차를 닮은 것으로 해석된다.
편의사양은 운전자가 뒷 범퍼 아래를 발로 차는 동작을 하면 자동으로 테일게이트가 열리는 ▲핸즈프리 리프트게이트, 차 스스로 주차공간을 찾고 주차하는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등을 장착했다.
이스케이프는 성능, 사양 등은 우수한 편에 속하지만 독특하게 생긴 디자인과 ‘우주’ 지향적인 실내 분위기는 호불호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공인 연비는 신연비 기준으로 10.1km/ℓ로 경쟁력이 약하다.
시승하는 동안 실제 연비는 가속 페달 조작에 따라 6~12km/ℓ 사이에서 큰 폭의 변화를 보였다. 디젤 엔진 대비 수치상 50% 정도 효율이 떨어지는 셈이다. 엔진 성능은 괜찮지만 연비가 아쉽다. 반쪽짜리 다운사이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드코리아가 이스케이프에 자신하는 이유는 판매 가격 때문이다. 이스케이프는 3230만원(1.6)으로 수입차 구입 문턱을 낮췄다는 판단에서다.
포드코리아는 이스케이프 경쟁 차종을 혼다 CR-V와 폭스바겐 티구안 등 수입차와 넓게는 투싼ix, 스포티지R로 보고 있다. 이스케이프는 20~30대 미혼 소비자에게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0대 이상 기혼자라면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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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