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정부가 오는 11월초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선진국의 양적완화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의제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G20를 통해 유로존 재정위기를 타개할 해법에 대해 의견수렴을 이루고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응하면서 우리 경제의 모멘텀을 확보하는 한편 급속한 환율 하락과 자본유출입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국내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환율하락 속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화정책 여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글로벌 정책공조가 없이는 자체 방어력을 갖는 데 힘이 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8일 기획재정부의 고위관계자는 “오는 11월초 멕시코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선진국의 양적완화 문제를 G20 의제로 제시할 것”이라며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의견수렴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주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 총회에서는 유로존 위기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난무했을 뿐 위기해법에 대한 공감대는 수렴되지 못함에 따라 G20 채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IMF/WB 연차 총회는 주주총회와 같은 성격이어서 지배구조 개혁을 비롯한 회원국들의 다양한 요구가 분출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통합된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은 자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해 유럽 내 이견이 상존한 상태이고 올해말 주요국들의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둔 정치적 이해관계가 갈리면서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했다.
※사진: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이 지난 11일 도쿄 임페리얼호텔에서 열린 `농업식량안보기금(GAFSP)`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장관은 이 기금에 3000만달러를 추가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사진)은 우리 정부를 대표해서 유로존 재정위기를 타개하고 글로벌 경기둔화와 금융시장 변동성 증폭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정책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었다.
그렇지만 미국과 유럽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선진국과 신흥국간 이해도 복잡한 데다 일본에서 개최되면서 한중일 영토문제 등 동북아지역 현안까지 복잡하게 얽히면서 IMF도 리더십의 구심점을 제대로 세울 수 없었다.
박재완 장관은 지난 14일 도쿄에서 기자단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이번 IMF/WB 연차 총회에서는 유로존 재정위기의 해법을 둘러싸고 이견이 많았다”며 “이번 총회에서는 시장의 신뢰를 제고할 만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각국이 정치적인 일정도 얽혀 있어 위기에 대한 해법을 도출해야 하는 절실함이 있었지만 IMF도 어려운 상황인 듯하다”며 “당초 기대치를 높게 잡지는 않았지만 성과가 크지 못하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13일 도쿄에서 열리는 G20 트로이카 회의에서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단기대응책과 더불어 선진국의 양적완화의 영향과 부작용, 신흥국의 자본유출입 문제 등에 대해 의제화를 시도하려고 했으나 적절한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11월 4일에서 5일까지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가 세계경제 기본틀이나 국제통화체제, 금융규제와 금융소외계층 포용, 에너지 및 원자재 기후변화 등을 주제로 열리는 만큼 논의를 집중할 기회로 보고 있다.
IMF 역시 지난 9일 발표한 <2010년 10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선진국이 재정악화로 재정건전화를 도모하는 입장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완화정책을 씀에 따라 신흥국의 경우 위기에 대응하는 한편 자산버블 등 부작용을 막을 조치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제시한 바 있다.
IMF의 권고안에 대해 독일 등 유럽의 일부 반발과 이견이 있고 미국이 양적완화가 신흥국에 피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미국 경제를 회복시킴에 따라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박을 펴고 있지만, IMF 총회 직후 열리는 G20 회의여서 논의공간을 확장할 적절한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선진국의 양적완화 영향으로 국제유동성이 봇물을 이루면서 성장률이 높은 신흥국으로 국제자본이 유입되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며 “우리의 경우 국가신용등급도 상승한 탓에 자본유입이 급속해지고 환율 걱정도 해야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IMF 총회가 이견이 노정된 곳이라서 비록 의제화를 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지만 이번 G20 실무그룹 차원에서도 의제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일단 IMF를 통해 선진국의 양적완화의 경기 및 금융시장 영향 등을 연구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순서로 접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