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측이 후보 단일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의 로드맵을 제시하며 안 후보측을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측은 원론적인 그간의 답변을 반복하며 묵묵부답인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 대상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왼쪽부터). |
그러나 야권 지지자의 상당수가 단일화를 요구하고 안 후보측도 '국민이 단일화 과정을 만들어 준다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단일화는 결국 시기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내달 대선 후보등록일(11월 25~26일)을 감안하면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는 시기는 안 후보 공약이 완성되는 11월10일 전후가 될 전망이다.
29일 문 후보측 박영선 선거대책위원장은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단일화를 하기에 시간이 빠듯하다는 지적에 "11월25일 전에는 마무리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그렇다"며 "이번 주는 탐색전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다음 주에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시기를 제시한 것이다.
문 후보도 직접적으로 단일화를 언급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우리가 내놓은 정치혁신 방안과 무소속 안철수 후보측에서 내놓은 정치혁신 방안에 대해 열린 논의, 건강한 토론이 필요하다"며 "어차피 안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하는데 단일화의 접점도 정치혁신 방안을 공통분모로 삼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문 후보측 김기식 미래캠프 기획의원이 전날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에 관해 여론조사와 TV토론 뒤 패널조사, 모바일과 현장 투표 방식 등을 제시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앞서 이목희 기획본부장도 ▲단일화 반드시 실시 ▲정책을 고리로 한 가치 연합 ▲대중적 방식의 경선 실시 ▲단일후보의 당적 보유 출마를 단일화의 4대 원칙으로 언급했다. 단일화와 관련된 구체적 시기와 방식 등이 문 후보와 문 후보측 핵심 인사들의 입을 통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문 후보측의 로드맵 제시는 단일화에 걸리는 물리적 시간과 남은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11월이 코 앞에 온 상황에서 이제는 논의의 신호탄을 쏘아올려야 한다는 입장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 문 후보측 미래캠프 기획단장은 "(단일화에 걸리는) 시간은 12일 정도면 된다"고 필요 시간까지 예측하기도 했다.
범야권 원로 모임인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도 후보 등록 마감일 전까지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 안철수측이 단일화 요구에 묵묵부답인 이유는
하지만 안 후보측은 문 후보측과 원탁회의 단일화 촉구에도 일단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안 후보측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단일화와 관련된 비슷한 여러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이 단일화 과정을 만들어주면 그에 따르고 승리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만을 반복했다.
박 본부장은 거듭된 단일화 관련된 질문에도 "정권교체를 이루고 정치혁신을 이루라는 국민의 요구를 받을어서 승리로 보답하겠다는 말로 대신하겠다"고 했다. 또한 "많은 국민이 단일화 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그것은 승리하라는 다른 표현"이라며 "단일화만 하면 무조건 이긴다는 낙관론은 경계해야 하고 이런 논의 단계는 벗어났다고 본다. 원탁회의 원로들도 이런 점을 지적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후보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보는 어렵고 안 후보가 당으로 들어와 단일화하는 것에 대비해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물음에도 "국민이 결정해주는 가운데 방향을 찾게 될 것이라는 말도 (문 후보가) 했다"며 "그동안 저희가 누차 강조해왔던 말이다. 큰 방향에서 국민이 결정해주실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안 후보측 유민영 대변인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 후보측에서 단일화 구체적 시기와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는 질문에 "단일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 저희가 단일화에 대해 언급하고 설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혁신 논의가 단일화의 연결고리가 되지 않겠느냐의 질문에도 "별개의 문제·범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유 대변인은 문 후보가 '광주선언'에서 안 후보의 정치쇄신안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브리핑을 통해 "저희들이 3자 제안했고 새누리당도 정치 혁신안을 내놓았으면 좋겠다"며 "3자가 모여서 합의할 수 있는 정책은 합의하자"고 구체적인 대응보다는 3자회동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넘겼다. 문 후보측의 구체적 요구에 여전히 일반론으로 일관하며 느긋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는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측이 여전히 밀리지 않고 있다는 판단 아래 단일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안 후보의 최종 공약 발표가 내달 10일로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이전의 단일화 논의는 다른 정책적 사안을 덮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법하다.
이와 관련, 안 후보의 공약이 언제 완성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약 완성 시기가 당겨지면 단일화 국면이 빨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일외교안보 분야를 제외한 모든 정책을 총괄하는 장하성 교수는 이날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내달 10일 이전에 정책이 완성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개별 정책은 상당 부분 완성됐지만, 전체적인 공약을 조율하고 예산·재정 등의 문제도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안 후보의 정책이 예정대로 내달 10일에 완성된다고 가정할 때 단일화 관련 구체적인 논의는 그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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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