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영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채권금리를 담합한 증권사들을 강도 높게 제재했다.
이명박(MB) 정부 들어 '대기업 봐주기'라는 비판에 시달렸던 공정위가 정권 말 제재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는 채권금리를 담합한 20개 증권사에 대해 시정명령(공표명령 포함)과 함께 총 192억 3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6개사는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정명령을 받은 증권사는 교보증권, 대신증권, 대우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메리츠종합금융증권, 미래에셋증권, 부국증권, 삼성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아이엠투자증권(구 솔로몬투자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유화증권, 하나대투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증권, 현대증권 등 20곳이다.
공정위는 이 중 대우증권과 동양종합금융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6개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에 고발된 증권사가 벌금형 이상을 받을 경우 자본시장법(시행령 16조)에 따라 향후 3년간 신규업무 인가가 제한되고, 향후 3년간 다른 금융사에 대한 인수합병이 금지된다.
◆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 의식, 제재 수위 높인 듯
공정위가 금융사를 검찰에 고발한 것은 '대기업 봐주기'라는 비판을 의식해 원칙적으로 제재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6월 4대강 사업을 담합했던 건설사들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에 비교하면 사뭇 대조적이다.
이같은 변화는 최근 논란이 됐던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을 크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4대강 담합'에 가담했던 건설사들을 고발하지 않으면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바 있다.
또한 지난달 초 상임위원 3명 중 2명이 바뀐 것도 증권사들에게 '악재'가 됐다는 분석이다. 상임위원 교체를 계기로 공정위가 보다 원칙적인 제재를 중시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그동안 심사관 조치와 비교해서 많게는 절반 이상 과징금을 깎아주던 위원회가 최근에는 과징금 경감률이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다.
이번 증권사 담합의 경우도 당초 심사관이 조치한 253억원의 과징금을 24%를 경감하는 데 그쳤다. 그것도 감사원 조사가 시작된 2010년 12월10일을 담합 종기(終期)로 봐달라는 업계의 이유있는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지적이 많아지면서 검찰 고발 기준을 강화했다"면서 "과징금 부과 성향도 예전보다 강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채권금리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증권사들이 '달라진 공정위'의 첫 희생양이 된 셈이다.
◆ 증권사 14곳은 왜 고발 안했나, 금융지주 계열 제외 형평성 논란일 듯
그렇지만 공정위가 증권사 6곳에 대해서만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면서 다른 14곳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당초 공정위 심사관은 조사에 적극 협조한 대신증권과 하나대투, NH증권 3곳을 제외한 17곳에 대해 검찰고발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초창기부터 담합을 적극 주도해 온 6곳에 대해서만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지난 2004년 3월 초창기부터 담합을 주도해 온 삼성, 대우, 우리, 동양 4곳과 이듬해 11월 2차로 담합에 가담한 한투, 현대 등 2곳을 검찰에 고발키로 한 것이다.
다른 증권사들은 후발 주자로서 단순 추종할 수밖에 없없던 점을 감안해 고발을 면제해 준 것이다. 중소형 증권사들 역시 실질적으로 담합을 주도할 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대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와 하나대투를 고발하지 않은 것은 업계에서 두고 두고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표 참조).
하나대투의 경우 '조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기준이 사실상 모호하고, 2차 담합 가담자인 신한금투를 고발하지 않은 것은 한투와 현대증권에 비해 불평등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지난 31일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도 한투와 현대증권 대리인들이 이같은 조치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수차례 반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관계자는 "조사에 적극 협조한 증권사들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를 면제해 줬다"는 답변 외에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공정위가 이전보다는 원칙적인 제재를 회복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면서도, 일부 금융지주 계열사를 '배려'한 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