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탁윤 기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야권 대선후보들과 함께 지난 12일 저녁 영화 '남영동 1985' 를 관람한 것을 놓고 그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이명박 정권 창출의 핵심인물이지만 박정희 정권아래서 민주화 운동의 경력을 지닌 현 여권의 중량감있는 의원. 그러나 대선국면에서 자당의 박근혜 대선 후보와 아직까지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해석에 따라서는 박 후보에 반대하는 발언을 던지는 인물.
당내 대표적 비박(非朴)인사인 이 의원은 현재 '분권형 개헌제'를 주창하면서 박 후보와의 협력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그런 이 의원이 박정희 정권에 대한 언급이 여러차례 나오는 정치색 짙은 영화를 공개시사했다는 것은 박 후보와의 '거리 두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 대선 국면에서 이 의원의 동선은 또 다른 관전 지점이다.
영화 '남영동 1985'는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이 1985년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내용을 다룬 영화다.
이날 시사회에는 야권의 유력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나란히 참석한 것을 비롯, 문 후보 측에서 이목희, 신경민, 이인영, 진선미 의원과 천정배 전 의원, 문성근 전 민주당 대표대행, 안 후보 측에서는 박선숙·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 유민영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 후보도 모습을 보였다.
문 후보는 영화 관람 뒤 소감을 묻자 "보기가 참 힘들고 고통스러운 영화다. 옆자리에 (김 전 고문의 부인) 인재근 민주당 의원이 계셨는데 정말 마음이 저렸다"고 했다. 안 후보도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현재 분권형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8일 한 방송에 출연, "(박 후보가) 분권형 개헌을 받아들이면 적극 협조하겠다"며 "그런데 안 받으니까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과 박근혜 후보측은 아직까지 이 의원 영입에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은 지난 12일 이재오 의원에 대해 "박 후보를 지지하는 전통 보수층에선 이 의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 "이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고 내가 기억하는 한 인정해본 적도 없다. 심지어 민중당 같은 좌파 경력도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이명박 정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끌어가야 할 중간층·중도층도 이 의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내가 볼 땐 선거에서 (박 후보에게) 크게 '플러스'될 만 한 요소가 별로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내 일각에서는 야권의 단일화에 맞설 카드로 이 의원 등 당내 비박인사들을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영입해 총리를 맡겨야 한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13일 "당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캠프합류를 거부하고 있는 이 의원 문제를 어떤식으로 해결하느냐도 기존 보수지지층 결집에 큰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2일 저녁 영화 `남영동 1985` 시사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최진석 기자] |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