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전 세계적으로 연기금의 주식 보유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주식 숭배' 시대에 종말이 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이달 영국 연기금 규제당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000개 이상의 확정급여형 연기금은 평균적으로 자산의 43%를 채권에 투자하고, 주식에는 38%만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영국 연기금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주식을 넘어 선 것은 지난 1965년 조지 로스 구비가 주식에 대한 비중 확대를 주장한 이후 처음이다.
지금까지 연기금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6년 평균 81%까지 확대되면서 고점을 찍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흐름이 역전되고 있으며 영국뿐만아니라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목격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1조 7000억 유로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알리안츠는 최근 보험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의 비중을 6% 불과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91%는 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연기금이 주식에 대한 비중을 줄이는 배경에는 주식 시장의 변동성과 함께 감독당국의 위험 자산에 대한 규제 강화가 꼽히고 있다.
지난 2002년 이후 두 번에 걸친 주식 시장의 충격을 경험하면서 연기금은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위험 투자에 대한 금융 당국의 압력이 가중되면서 안전한 국채에 대한 비중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이 같은 반전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주식 숭배' 시대가 여전히 지속된다고 믿고 있다.
1999년부터 절반 이상의 자산을 주식에 투자한 슈로더의 마이클 돕슨 이사는 "주식의 시대가 끝났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여전히 수익률과 가치 등 매력적인 부문이 많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역시 최근 주식의 가치가 반세기 만에 가장 내려갔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몇 년 후 추세가 역전될 때를 대비해 주식을 매수할 때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식의 시대가 종말을 맞은 것이 아니라 연기금의 지급 만기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랄프 컨설팅의 존 랄프 대표는 "주식 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라 확정급여연금의 지급일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퇴직 연령에 오른 인구가 늘어나면서 각 연기금은 안정적인 지급을 위해 고정수입 자산(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