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KT의 증권업 진출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나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KT 내 전반적인 분위기도 증권사 인수에 부정적이다. 지금과 같은 내부 기류라면 KT의 증권업 진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29일 통신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KT에 이트레이드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옛 솔로몬투자증권)의 M&A(인수합병)와 관련한 투자설명서가 접수됐으나 인수의사가 없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KT 관계자는 "이트레이드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에서 각각 인수와 관련한 투자설명서를 받았으나 해당 부서의 분위기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며 "처음부터 KT가 증권업 진출에 관심을 두고 검토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증권사 인수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실무차원에서 경영진에 정식 보고된 사항은 아니나 현시점에서 증권사 인수가 KT에 실익이 없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안다"며 "경영진에서도 실무차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실제 KT 내에서도 증권사 인수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다.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설명서의 경우 윗선에 보고하지 않을 정도였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KT가 증권사 인수에 관심을 갖고 준비했다면 M&A시장에 나온 모든 증권사를 면밀히 검토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보면 매각하는 쪽에서 고의적으로 매물 가격을 높이기 위해 외부에 흘린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러한 KT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인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관측도 적지않다.
KT의 경우 M&A시장에서 주요 인수자로 거론됐다. 이유는 1조원이 넘는 현금보유액과 비통신 영역으로 사업확장 때문이다.
현재 KT는 통신사업의 정부규제와 시장포화상태가 지속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시기다. 이는 KT의 중장기 사업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KT는 오는 2015년까지 20%대 수준인 비(非)통신 영역의 매출비중을 45%까지 높인다는 전략을 잡고 있다.
이석채 회장 역시 이러한 방향에서 적극적인 신사업발굴과 M&A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 공식석상에서도 이 회장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통신시장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통신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KT가 올 3분기 기대이상의 실적을 올린 것도 탈통신분야의 성장 덕분이다.
KT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연결기준 매출액 6조5194억원, 영업이익 53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0.9%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4.3% 늘었다.
유무선 통신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비통신 부문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결과다.
KT의 3분기 실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금융·렌탈 부문에서 BC카드와 KT렌탈의 연결실적 효과로 9391억원을 기록했다. 미디어·콘텐츠 부문 실적도 24.8% 증가한 2664억원의 성과를 냈다.
김미송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KT의 주요 비통신 사업부문의 가치를 산정한 결과 최소 5조원에서 최대 10조원까지 산출된다"며 "성장성 높은 비통신 자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KT의 증권사 인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KT가 주력인 통신부문의 성장정체를 돌파하기 위한 비통신부문의 사업확장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같은 맥락에서 증권사 인수도 검토대상이 될 수 있으나 증권업황이 좋지 않은 현시점에서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KT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증권사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며 "더 지켜본 뒤 싼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