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유럽 일원이면서 화폐 동맹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과 유로화를 쓰는 동맹(유로존)과의 신경전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영국의 이런 `불완전태(態)`는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갈등의 소지가 되고 있다. 유리할 때는 동맹처럼 활동하다가 불리할 때엔 언제든 유로존에서 발을 빼거나 심지어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유로존 위기를 감시하기 위해 통합 감독기구를 만들자는 원칙엔 영국도 동의했다. 하지만 그게 간섭이란 부메랑이 될 수 있기에 세부 내용에선 반대 의견을 낼 수밖에 없는 존재다.
갈등이 다시 불거질 계기가 출현했다. 크리스티앙 노이에 프랑스중앙은행 총재가 영국의 이런 이중적일 수 있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 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다. 노이에 총재는 "유로존 금융거래 허브를 위탁할 이유가 없다"면서 "영국의 시티오브런던(금융 중심가)은 유로화 금융 허브의 위치에서 물러나야만 한다"고 했다.
이 말은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지도 않은 영국이 유로화 거래로 이문만 남기려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려면 궁극적으로는 유로존의 통합적인 금융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역내 은행들을 통합해 감독하는 은행동맹(banking union)을 출범키로 하는데 합의한 상태. 그 전 단계로 단일은행감독기구(SSM)를 만들고 통합적인 권한은 ECB에 주기로 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이해에 맞춰 움직일 경우 위기 상황이 발생하거나 하면 제대로 통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일률적인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영국이나 스웨덴 등 EU엔 속하지만 유로존엔 속하지 않는 나라들. 자국 은행들까지 통합 감독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달가울 리가 없기 때문이다.
노이에 총재는 이를 이렇게도 말했다. 그는 FT 인터뷰에서 "런던에서 전개되고 있는 일부 사업(유로화 거래를 의미)에 대해 반대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업이 유로존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며 "이는 영국이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고자 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로화 출범 이후 시티오브런던은 전 세계 유로화 거래의 4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엔 유럽 청산소 위치 결정권을 두고 ECB를 제소하기도 했다. ECB는 유로화 표시 금융상품 점유율이 5%가 넘을 경우 유로존 안에 청산소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이렇게 되면 런던에 있는 금융 인프라가 서둘러 유로존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며 제소에 나섰다.
프랑스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은행동맹에는 독일 역시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유럽 내 6000여개에 이르는 모든 은행을 통합 감독할 것이 아니라 주요한 대형 은행들만 그렇게 하자는 입장. 독일 내 협동조합은행(saving bank)들까지 감독을 받는 건 곤란하다는 것이다.
영국과 같은 위치인 스웨덴도 영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데스 보그 재무장관은 "비유로존 국가들까지 감독 대상이 되는 건 불공정하다"면서 은행동맹에 동참할 지 아닐 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