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이전을 시작한 지난달 26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자들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송된 짐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
지난달 30일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정부 과천청사에 있던 중앙부처들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총 6곳이 12월말까지 한 달 동안 정부세종청사로 속속 이사에 들어간다.
1983년 3월 당시 건설부와 농수산부가 입주하고 1986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입주하면서 본격화된 정부 과천청사 시대가 저물고 이제 세종청사 시대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번에 1단계로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하는 기관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국토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6곳이다. 이전 인원은 총 5556명이며 차량은 1999대다.
정부세종청사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 3단계로 나눠 공사를 하고 있으며, 1단계는 계획대로 준공돼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국무총리실이 입주하는 1단계 1구역은 지난 4월 준공돼 119명의 직원이 이미 근무 중이며 재정부 등 5개 부처가 들어가는 2구역도 연말까지 이전을 마칠 계획이다.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장 먼저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청사 앞마당에서 권도엽 장관과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아듀 과천청사 퍼포먼스’를 벌였다.
권도엽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대부분의 공직생활을 과천에서 보내서인지 정든 고향집을 떠나는 애틋한 마음이 든다”며 “1983년 건설부가 과천청사에 입주했을 때 사당에서 버스를 타고 포장되지 않은 허허벌판 길을 걸어 출근했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정부과천청사 시대가 저물고 세종청사 시대가 시작되는 것은 단순히 중앙부처를 옮기는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의 중심이 세종시로 옮겨가는 의미도 크다.
재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과천이 아닌 세종청사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예년 같으면 12월 중순 이전에 발표하지만 올해는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뤄지면서 세종시에서 발표하는 첫 경제정책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정부부처들이 속속 세종시로 이사를 가지만 교통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한동안 세종시 이주 공무원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세종시 한 주민은 "첫마을에 대형마트나 영화관 등이 아예 없어서 조치원이나 청주로 나가야 하는데 버스간격이 길어서 심한 경우 40분 가량을 기다려야 한다"며 "건물이 별로 없어서 겨울 바람이 심하게 불 때는 너무 고생스럽다"고 말했다.
또 정부부처 중 가장 먼저 세종시로 이주한 국무총리실의 경우 여직원들에게 호신용 스프레이를 나눠줬다는 사례도 열악한 현지 상황을 대변해준다.
최근 들어 급등한 전세가격도 공무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실제로 세종시 첫마을에 128㎡ 아파트의 경우 9월말 해도 1억원 초반에 거래되는 것이 최근에는 2억원까지 호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종시에 집을 구하지 못한 공무원들은 인근 조치원, 오송, 대전, 청주 등으로 각각 흩어져 당분간 고난의 출퇴근이 예고된다.
정부는 집을 구하지 못하거나 사정상 세종시로 내려가지 못하는 공무원들을 위해 내년부터 수도권과 세종시를 운행하는 공무원 통근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통근버스 운행 규모는 올해 세종시 이전 대상 공무원의 3분의 1 이상인 1500명을 출퇴근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76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통근버스는 광화문 중앙청사와 정부 과천청사, 사당, 양재, 일산 등 수도권 14곳에서 오전 6시20분에서 40분 사이에 출발하고, 세종시에서는 오후 7시에서 8시30분 사이에 출발한다.
정부부처들은 세종시로 옮겨가지만 당분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민원실은 한시적으로 과천과 세종시 양 청사에서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또 부처들이 떠난 과천청사의 빈 건물에는 보수 공사를 거쳐 수도권에 산재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방위사업청 등 정부기관들이 입주하게 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재정부 장관의 경우 일주일에 3~4일 정도는 장관급 회의를 주재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 있어야 하고 각 과별로 다르겠지만 예산실의 경우 국회를 거의 매일 와야 해서 출퇴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