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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국제칼럼]넷플릭스의 새로운 승부수

기사등록 : 2012-12-0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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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전 세계 정보기술(IT) 산업계에서 벌어지는 일은 늘 흥미진진하다. 특히 영원한 1등은 없다는 점이 그렇다. 구글이 야후를 이겼고, 페이스북은 마이스페이스를 눌렀다. 아직도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꽉 잡고 있지만 애플은 늘 1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경쟁자들과 승부해야 한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혜성같이 나타났지만 고전하고 있는 넷플릭스 역시 마찬가지. 비디오 및 DVD 대여점 초강자 블록버스터의 문을 닫게 만들며 승승장구했던 넷플릭스의 아성은 그러나 금세 무너졌다.

 

[사진 출처=AP/뉴시스]
사업 초기 DVD 우편 대여와 온라인 스트리밍을 병행하면서 스트리밍이 대세라고 전망했던 것은 틀리지 않았다. 공중파 방송과 케이블 TV, 위성 TV에 이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새로운 콘텐츠 공급 채널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문제는 콘텐츠. 자체 콘텐츠를 갖고 있지 않은 넷플릭스에 영화나 드라마 판권을 가진 회사들은 `슈퍼갑`이란 점. 소니와 컬럼비아, 워너 브러더스, MTV, 디즈니 등 콘텐츠를 갖고 있는 업체들은 넷플렉스를 처음엔 얕잡아 보고 낮은 가격에 콘텐츠를 공급했다가 곧 후회했다. 그리고 공격에 들어갔다.

타임워너 계열의 HBO는 올해 초 넷플릭스에 일부 프로그램의 DVD 할인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월트디즈니와 소니 등 다양한 스튜디오들에서 만들어지는 영화와 TV 드라마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스타즈 엔터테인먼트는 단가 협상이 잘 안되자 더 이상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일타를 날렸다.

그러는 사이 유사업체들도 많이 생겼다. NBC와 폭스TV가 합작해 훌루(Hulu)를 만들었고, IT 거물 아마존과 애플, 구글도 성큼 들어섰다. 넷플릭스는 급한 나머지 악수를 두기도 했다. 지난해 DVD 우편 사업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을 분리하면서 유료 서비스 가격을 60%나 인상한 것. 회원들은 대거 이탈했다. 이 때를 틈타 유통업체 월마트까지 부두(Vudu)란 업체를 인수하고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들었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 콘텐츠로 승부하겠다고도 나섰지만 오랫동안 기본기를 닦아 온 콘텐츠 제공업체들에게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2010년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올해의 기업인` 1위였던 리드 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불과 1년 뒤 야후파이낸스 선정 `올해 최악의 CEO`에 꼽히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5일(현지시간) 넷플릭스에 숨통이 트이는 계약이 맺어져 주목된다. 월트디즈니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은 것. 콘텐츠 공급자로서 갖고 있는 우위만을 뽐내던(?) 디즈니가 차세대 주자는 유료 TV(Pay TV)가 아니라 넷플릭스라고 판단을 내린 것. 콘텐츠 제작을 자체적으로 하기 힘든 넷플릭스로서는 두 말할 나위없이 잘 한 계약이다. 마블, 픽사는 물론 스타워즈 새 시리즈 판권을 갖고 있는 루카스필름까지 거느린 디즈니와 함께 가는 것이니까.

정확한 계약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넷플릭스가 디즈니에 연간 약 3억달러씩은 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덜 드는 금액일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료 TV 서비스 업체 스타즈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관행을 깨고 디즈니가 넷플릭스를 선택한 것도 매우 의미있게 봤다. 다른 할리우드 스튜디오들도 인터넷 채널 쪽으로 방향을 틀게 하는 첫 계기라고 평가했다. 콘텐츠 업체들이 움직여 준다면 공생을 통해 넷플릭스, 혹은 콘텐츠 서비스 시장이 다시 도약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는 오프라인에서 DVD를 대여해 파는 것에서 스트리밍으로 파괴적 혁신을 이뤘던 것에 버금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마존이나 스타즈 등은 넷플릭스의 행보를 주의깊게 보고 발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심심하면 넷플릭스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업체들의 이름이 거론돼 왔다.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MS),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등.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도 300달러까지 갔던 주가가 3분의 2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 넷플릭스를 타깃 삼아 남겨 먹을 것이 없는지 궁리 중인데, 더 빨리 인수냐 투자냐를 결정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넷플릭스와 디즈니와의 계약이 조만간 업계 판도를 바꿔놓게 되면 넷플릭스는 한 입에 먹기엔 너무 큰 떡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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