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애플의 혁신을 보여줄 새 애플 TV(iTV)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언론을 통해 완제품 TV를 의미하는 애플TV의 사이즈나 출시 시점에 대한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개 익명의 관계자를 통해 들은 정보로 추측하거나 예상해 본 것이 전부다. 애플TV에 대한 얘기는 지난해 10월 창업자 스티브 잡스 사후 월터 아이작슨의 평전이 나온 뒤 더 공공연해졌다. 그리고 팀 쿡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애플이 TV의 개념을 재정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애플이 이번엔 기존의 TV 수상기를 대체할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더 증폭됐다.
애플에겐 TV가 꼭 필요해 보인다. 아이팟과 아이패드에 이어 애플 스토어에서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새 제품의 라인업이 간절히 필요하다. 아이팟과 아이튠즈의 결합으로 음악 콘텐츠까지 시장을 확장했던 것처럼 애플TV는 동영상 콘텐츠를 실어 팔 수 있는 매력적인 제품이 될 수 있다. 애플은 이제 각 가정의 거실을 그들의 수상기(하드웨어)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소프트웨어)를 통해 사로잡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형태와 출시 시점은 아직 장님 코끼리 만지기 수준으로 넘겨짚어볼 수 있을 뿐이다.
넷스케이프 창업자이며 현재는 벤처 투자가이자 휴렛팩커드(HP) 및 페이스북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마크 안드레센은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계열 인수합병(M&A) 전문지인 딜북 컨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애플TV는 2014년 출시될 것으로 보이며 2013년 출시도 가능할 수 있다"며 "어쨌든 2015년 전에는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드레센은 "애플TV는 깜짝 놀랄 만한 제품이 될 것이며 디자인 같은 것에 대해선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출시되면 모두가 그걸 모방하려고 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여기에 대응하는 뭔가를 내놓으려고 애쓸 것이라고 했다. 안드레센은 단순 벤처 투자가가 아니라 업계에 대한 고급 정보와 혜안을 갖고 있는 터라 그의 발언엔 어느 정도 신뢰를 실어볼 만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애플이 혼하이정밀, 샤프 등 아시아 공급업체들과 애플TV의 디자인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해 관심을 모았다. 애플은 통상 내부적으로 제품을 개발, 시험한 뒤 외부 납품업체들과 협업에 들어가곤 했지만 이번 움직임이 최종 제품의 출시와 직결돼 있는 것은 아니라고 WSJ은 전했다.
WSJ은 또 애플은 이미 구글TV를 내놓았지만 시장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는 구글, 현재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봤다. 이는 애플TV가 대형 스크린, 고해상도를 가진 제품일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WSJ은 그러면서도 애플의 TV 전략에 있어 대형 스크린이 적합할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애플에 대한 정밀한 전망을 내놓기로 유명한 파이퍼 재프리의 진 먼스터 애널리스트는 최근 애플TV의 출시시점을 내년 11월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애플 TV가 47~55인치 사이즈에 가격은 1500~200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조각 정보들을 종합해 볼 때 현재로서 분명한 것은 애플이 TV 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을 계획하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보여줄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애플이 팔고 있는 99달러짜리 셋탑박스인 애플TV 매출은 미약하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130만대가 팔린 정도다. 아이튠즈의 동영상 콘텐츠와 넷플릭스 등을 통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대형 스크린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준이지 전통적인 TV 콘텐츠는 싣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TV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선 케이블TV 사업자 등 콘텐츠 공급업체들과의 원활한 협상이 우선되어야 한다. 소프트웨어를 꽉 잡아야 하드웨어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건 이미 애플 스스로가 전 세계에 설파한 교훈이다.
그리고 완제품 TV를 내놓을 것이라면 애플이 늘 경쟁력을 가졌던 것처럼 혁신적인 디자인도 필요하다. 그래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는 만큼 어쨌든 애플의 TV 사업은 잡스가 "아직은 취미 수준"이라고 했던 단계는 이미 넘어섰음이 분명하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