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패배하면서 민주통합당은 책임론과 노선투쟁 속에서 내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수 대 진보의 일대일 구도,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의 지원 사격,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에도 정권교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 선거를 전후로 잦은 정당 해체에 직면했던 국내의 불안정한 정당(체제) 특성상 민주당 갈등은 결국 안철수 전 후보 등 당 안팎의 세력 연계 과정에서 정치판 새판짜기로 이어질 전망이다.
관건은 대선 패배라는 현상에 대한 분석과 그에 대한 이해관계가 민주당 내 현 세력 균형에서 어떤 식으로 정리되느냐에 달려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우선 선거 전략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전망이다. 유세 첫날 '5·16 쿠데타와 유신 독재'를 거론하며 박근혜 후보 압박에 나섰다 '박근혜 대 노무현' 구도'에 휘말린 점, 잦은 메시지 변경, 뚜렷한 정책적 쟁점 형성 실패, 선거 막판 네거티브 등을 두고 공식적으로 캠프를 진두지휘한 비노(노무현) 캠프 핵심들이 책임론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거 전략의 실패는 인물·세력 자체에 대한 문제 지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캠프 체제하의 비노 실세에 대한 직접적인 인적 쇄신론으로는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김부겸·박영선·이인영 공동선대본부장 등은 향후 당내 미래 권력 자원이라는 점에서도 일시적 2선 후퇴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고민의 지점이 '문재인 필패론'의 핵심 내용이었던 친노세력의 근본적인 외연 확장 한계와 대외적 반감 등으로 좁혀진다면, 대선 이후 친노 세력의 입지는 급속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 여론이 60%를 넘었음에도 친노 지도부가 주도했던 지난 총선 패배에 이어 노무현의 빛과 그림자를 떠안아야만 하는 문재인 후보의 연이은 패배에 대해서는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럴 경우 '패장'의 멍에를 안은 문 후보부터 본인의 의사와는 별개로 정치적 영향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문 후보를 대선후보로 밀어올리는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이해찬 전 대표, '이-박 담합'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 친노 세력은 거센 책임론에 휩싸일 전망이다. 그 결과 친노 세력의 분화와 이탈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국민연대'와 '시민정부' 표방, 용광로 선대위 구성 등 친노 탈색에 대한 나름의 자구책에도 민심을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친노 중심의 민주당은 물론 현 민주당 존속 자체에 대한 격론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당의 진로를 놓고 격량에 휩싸일 경우 세력들은 새로운 인물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단일화 과정에서 이해찬 대표 체제가 총사퇴하고 문 후보가 대표권한대행을 하고 있어 당내 구심력은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황이다.
◆ 안철수·손학규 정계개편 중심축으로 등장하나?
이 과정에서 이목은 자연스레 당내 손학규 상임고문과 대선 당일 미국으로 출국한 안 전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다. 당 경선과정에서부터 친노와 격한 대립각을 형성했던 손 후보는 비노 세력의 구심점으로, 당밖의 안 전 후보는 새 정치와 중도 잡기의 적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서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후보의 내년 재보궐 선거 출마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정치인의 길을 끝까지 걷겠다는 안 전 후보는 지난달 23일 손 고문과 '비밀회동'한 바 있어 두 사람의 연계 움직임은 주목된다. 안 전 후보는 이미 단일화 국면에서 민주당 개별 의원들에게 '전화정치'를 통해 접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비노+손학규+안철수+시민사회의 결합을 통한 신당 창당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야권은 '안철수'발 정계개편 국면으로 급속하게 접어들게 된다. 다만, 미국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새정치를 구상 중인 안 전 후보가 조기에 정치권 한복판에 등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선 패배 이후 '먼지가 가라앉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단 민주당은 임시적 관리체제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점쳐진다. 하지만 비대위는 임시 관리 체제라는 점에서 내년 1월께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전후로 본격적인 정개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