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이 지난 10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를 점친 탓인지 채권시장에서도 최근 금리상승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최근 수차례 “올해보다는 내년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과연 ‘상저하고’를 외쳤던 1년 전과 대내외 경제상황이 크게 다른 것인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럽의 경우, 부채위기는 해결이 아닌 지연된 것에 불과하며 독일 등이 내년 9월 총선을 앞두고 대내적 정치적 필요에 따라 종전의 협력적 입장에서 선회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단일통화는 사용하면서 재정은 통합하지 않는 현재의 구조적 문제가 쉽게 가닥을 잡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지난 3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 역시 양적완화(QE3) 등 인위적 경기부양을 힘에 입은 일시적 반등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미국 가계의 디레버리징이 종료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한은 신현열 뉴욕사무소 차장은 '미국 가계의 디레버리징 현황 및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가계의 재무구조가 호전되고 소득여건도 점차 좋아지면서 디레버리징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월가의 대체적 평가는 디레버리징의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라며 "가계의 디레버리징이 좀 더 지속되는다는 것은 미국경제의 중요한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해야 할 소비지출의 본격적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판단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미국을 살펴보면, 전체 부채 중 가계 부채 비중이 줄어들었을 뿐, 부채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미국 가계는 디레버리징 압력에 노출돼있다”며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의 영구 손실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수요나 이로 인한 고용 창출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대외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 경제에 대한 신중론도 상당하다
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장은 “내년 경제에 대해 비관적으로 본다”며 “보다 정확히는 올해보다 좋아진다는 징후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경제가 바닥권을 쳤다는 것이 그나마 좋은 징후겠지만, 경제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고 이 보다는 유럽경제의 어려움이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보다 높아진 한편 오히려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경제의 경우 수출부진의 여파가 국내경제에도 파급돼 성장속도 둔화 체감 폭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은의 기대대로 내년 우리 경제가 ‘미약하나마 완만한 회복세’로 접어든다고 해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우선 대외적으로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몰고 올 환율전쟁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한다.
또한 내년 새정부를 향한 경기부양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 역시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정정책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선 통화당국의 협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결국 김중수 한은 총재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듯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와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한편 올해 벽두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물가관리를 외쳤지만 결국 단 한 번도 ‘금리정상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김 총재의 행보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