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QE)를 실시한 이후 수년간 지속된 하이퍼 인플레이션 경고가 빗나가면서 이를 주장한 경제 석학들이 ‘양치기 소년’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전망을 수정할 뜻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잠재된 리스크일 뿐 아니라 현실화될 경우 공포스러운 상황을 연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확신하는 투자가들은 이미 부지불식간에 물가 급등이 촉발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연준이 QE를 지속할 경우 과거 짐바브웨에 견줄 만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찾아올 것으로 주장하는 피터 시프 유로 퍼시픽 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미국 노동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인플레이션의 잣대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통화 공급량과 인플레이션이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경제 모델이 틀린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기준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일례로, 노동부가 발표하는 신문 및 잡지 가격은 1999년부터 2002년 사이 37.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월스트리트 저널과 워싱턴 포스트를 포함해 10개 유력 매체의 가격은 같은 기간 131.5% 치솟았다.
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격 상승은 노동부의 발표 수치보다 3.5배 높다는 얘기다.
CPI 수치와 피부로 느끼는 가격 상승의 간극은 의료보험 부문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CPI를 구성하는 항목 내에 이 같은 오류가 많을수록 실제 미국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 상승 폭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판단처럼 통제되는 수준과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시장 전문가는 국채시장의 자금 유입에 변화가 발생할 경우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보다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해외 정부나 민간 투자자가 미국 국채 매입을 축소하거나 매도로 전환할 경우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한편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준 내부의 이른바 매파들 역시 경고를 늦추지 않고 있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의 장기적인 제로금리 및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고 11일 주장했다.
반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은 팽창적 통화정책이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라는 예측과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 모델은 오류라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