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첫 여성대통령 박근혜 시대가 시작됐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사회양극화 심화, 북한·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동북아 주변국가의 권력교체기 속에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난제를 안고 있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꿈꾸는 많은 국민들의 각별한 기대를 받고 있다. 뉴스핌은 정치와 경제, 외교안보, 남북관계, 사회복지 분야의 전문가들이 박근혜 정부에 기대하는 바람과 과제는 무엇인지 등을 수렴해 새 정부에 이정표를 제시하는 [박근혜 시대에 바란다]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민주통합당 윤관석 원내대변인> |
대한민국은 이명박 정부 5년과 제18대 대선을 거치며 계층, 세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갈등을 빚어왔다. 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우리나라는 이 같은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대선은 무엇보다 범보수와 범진보 진영의 일대일 대결구도로 치러져 지역, 세대, 이념, 빈부의 갈등이 극명하게 보여줬다. 박 당선인은 사회적 갈등 해소와 사회통합을 이뤄내야 우리나라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으므로 자신의 공약인 대통합에 매진하길 바란다.
이를 위해 박 당선인은 우선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48%의 국민을 끌어안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승자의 독주를 경계하고 반대세력을 껴안아야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역대 대통령들의 실패사례를 충분히 반면교사로 삼아도 좋다.
다음으로 박 당선인은 18대 대선의 화두인 경제민주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구체적 청사진 마련에 진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선인 첫 행선지가 중소기업중앙회였고 그 자리에서 ‘중소기업대통령’을 표방했고, 전경련 회장단과 간담회에서 “일자리보호와 중소기업․소상공인 상생”을 강조한 데서 알 수 있듯 아직까지는 경제민주화 공약 기조를 착실히 밟아나가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경제민주화 태동배경은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이었던 MB노믹스의 실패였으며 그 중심에 대기업 승자독식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경제민주화의 처음이자 끝은 다름 아닌 대기업 규제와 재벌개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빼고서는 경제민주화를 논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므로 이 부분 반영을 어느 정도 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성패가 갈릴 줄로 안다.
경제민주화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사회 양극화 등 경제적 계층갈등도 다소 해소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구조조정을 거치며 소득불평등 심화와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시작된 계층갈등이 이제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층갈등 해소방안으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지원 제고와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화를 손꼽고 있다. 이를 당선인은 염두에 두고 정책반영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박 당선인은 이번 대선의 또 다른 화두였던 ‘새정치’에 대한 국민의 염원도 풀기 위해 정치쇄신 약속을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가 아니라 갈등을 해소하는 정치, ‘국민이 걱정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걱정하는 정치’가 되도록 피부에 와 닿는 쇄신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오랫동안 자신을 이미지로 고착화된 불통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과거 산업화시대의 권위주의적 지도력에 안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와 같은 리더십으로 당 장악과 선거에 승승장구한 성공적인 리더십이었더라도 이제 시대적으로 일국의 대통령이 갖춰야 할 리더십으로는 부적절하다. 국민들과 소통이 용이한 민주적 리더십 구축에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 15위 경제규모, 1조 달러 무역규모를 달성한 한국경제의 미래는 현재 불투명하다. 현재 잠재성장률은 3% 후반대로 하락했으며 가계 빚은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경제침체는 필연적으로 소득분배의 악화와 중산층 붕괴를 가져온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못 구하고 영세 자영업자는 가게 문을 닫아야 하며 부동산 가격의 추락에 따라 가계 빚 부담이 더욱 늘어나 금융시스템은 원활하게 작동을 못 하는 등 경제생태계가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따라서 박 당선인은 우선 한계에 부닥친 한국경제를 새로 디자인하고 뼈를 깎는 구조개혁으로 경제회생에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박 당선인은 본인이 대선에 내세운 공약일지라도 우선순위를 따져 접을 것은 접고 꼭 지켜야 할 것은 재원확보 방안을 먼저 마련하여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새 대통령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는 외교안보 환경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중국은 시진핑이 이끄는 5세대 지도부가 들어섰고, 일본은 아베신조의 자민당 정부가 출범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2기 정부는 우리의 차기 정부보다 한 달 빠른 1월 중에 출범한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작년 5월 이미 취임했다.
새 대통령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강 지도자와 외교의 새 판을 짜야 한다. 새 대통령의 정상외교 능력에 따라 주변국과의 관계가 긴밀해질 수도, 멀어질 수도 있다. 외교는 지정학적으로 내치와 남북관계 못지않게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적 변수다. 박 당선인은 축적된 국가적 비전과 역량을 바탕으로 4강 외교를 긴밀히 하고 한국관련 현안 해결에서 주도적 역할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가 안보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을 넘어 남북 간 신뢰관계를 회복할 지 관심거리다.
이명박 정부 5년간 남북관계 천안함 ․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대변되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7월 11일 박왕자씨 피격사건 이후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이었던 금강산 관광도 전면 중단됐고 이산가족 상봉도 2010년 10월 이후 멈췄다. 남북회담은 지난해 2월 군사 실무회담을 끝으로 답보상태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상생과 공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에 방점을 찍었음에도 북한은 5년간 장거리 미사일개발과 핵 개발을 진행했고, 교류와 대화의 창은 단절되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대북정책의 우선을 남북관계 복원에 두어야 한다. 다행히 박 당선인은 “대북정책도 진화해야 한다. 유화 아니면 강경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타협의 여지를 두고 북한과 적극적인 대화를 모색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현 정부와 큰 흐름은 같이하면서도 인도적 차원의 인적·물적 교류를 병행하는 유연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여 기대해 본다.
현 정부는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결시켜 先 북핵해결, 後 남북관계 개선전략을 고수하여 결과적으로 두 가지 다 해결하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과 남북대화를 투트랙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박근혜 당선자는 1987년 민주화 이후 50% 이상 득표한 대통령으로 충분히 축하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 앞에 가로놓인 ▲세대·지역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국민대통합 ▲재벌개혁과 골목상권 보호정책을 담은 경제민주화 ▲재정 건전성을 토대로 펼쳐야 하는 복지정책 확대 ▲4강 외교를 통한 외교정책의 정상화 ▲경색된 남북관계의 복원 등 어느 하나 간과하기 힘든 험난한 과제를 풀어나가야 국민들로부터 진심 어린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국민들은 박근혜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길이 남기를 바란다.
[뉴스핌 Newspim] 윤관석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