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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국민행복기금, 어떤 그림 나올까

기사등록 : 2013-01-1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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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재정투입 우려, 가계부실화 차단 엇갈려

[뉴스핌=이강혁 김연순 기자] 말 많은 '국민행복기금' 조성 및 운용 방안이 오는 1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골격을 짤 것으로 보인다. 국민행복기금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제시한 가계부채 대책이다.

인수위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이 기금으로 322만명에 달하는 금융채무불이행자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시행 첫해 연체채권을 12조원 매입하고, 이후 매년 약 6만명의 신용회복을 지원키로 그림을 그려놓은 상태다.

하지만 정부가 개인의 부채 탕감에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강하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정부의 직접 재정투입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다만, 이 기금이 개인의 도덕적 해이와 은행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등 시장경제 훼손을 경계한다면 '가계부실화의 사전 차단'이라는 선순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당선인의 '국민행복 10대 약속' 일환인 국민행복기금은 이르면 새 정부 출범 직후인 4월께 방안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의 신용회복기금 운영이 이미 바탕에 깔려 있는 만큼 수정과 확대를 통해 최종안 마련까지 크게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기금은 그 규모를 신용회복기금의 10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바꿔드림론(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대출) 등 서민지원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으로 검토되는 상황이다.

국민행복기금은 캠코가 운영하는 신용회복기금 8700억원과 캠코 자본금 7000억원, 캠코 부실채권 정리기금 잔액 3000억원을 합친 1조8600억원을 재원으로 삼아 10배로 채권을 발행, 18조원 규모의 기금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인수위 구상의 핵심은 이 기금을 통해서 채무불이행자의 연체채권을 싼값에 사들여 원금의 50%(취약계층은 70%)를 감면해 장기분할 상환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캠코 신용회복기금' 보면 답 나온다

인수위의 이런 구상은 캠코 신용회복기금 운영 사례가 있었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캠코의 신용회복기금 운영을 보면 어느 정도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셈이다.

캠코도 이런 측면에서 이미 내부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면서 구체적인 확대개편 방안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캠코 관계자는 "신용회복기금을 실립, 운영중인 종합서민금융지원기관으로, 가계부채 대책검토는 일상적이고 고유한 업무"라고 설명했다.

신용회복기금은 과거 외환위기 극복에 기여했던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캠코가 성공적으로 운용한 결과 발생한 잉여금 7000억원으로 재원을 마련해 지난 2008년 9월 출범했다.

캠코는 이 기금을 가지고 그동안 단순한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채무재조정에서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을 위한 바꿔드림론, 소액대출, 행복잡(Job)이 취업지원 등 폭넓은 종합자활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단적으로 캠코의 대표적인 서민금융제도인 바꿔드림론의 경우 대부업 등의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은행의 평균 10.5% 저금리 대출로 바꿔준다.

열심히 생활하지만 담보도 없고 신용이 낮아 어쩔 수 없이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서민들이 이 제도를 이용해 생활안정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상환을 성실히 할 경우 병원비 등 급한 자금이 필요한 경우 1000만원까지 연리 4%(대부기간 최장 5년)로 생활안정자금 소액대출도 해준다. 캠코의 두배로 희망대출'이다.

캠코의 채무재조정은 금융기관 및 대부업체로부터 연체채권을 매입해 채무자 맞춤형 원금 장기분할 상환 프로그램이 주요 내용이다. 연체이자는 감면하고 원금은 최장 8~10년간 분할상환할 수 있어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준다.

또 소득이 있어야 근본적인 자활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채무자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해 주고 채무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대해 고용보조금을 지급하는 행복잡이 취업지원 제도도 함께 운영 중이다.

캠코의 이런 신용회복기금 운영은 실적을 놓고 보면 명실상부한 종합서민금융지원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바꿔드림론 이용자는 14만403명, 채무재조정 32만5823명, 희망대출 2만6597명, 행복잡이 1566명 등 총 49만4389명이 이 제도를 통해 지원을 받았다. 총 지원금액은 무려 3조2696억원이나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회복기금이 국민행복기금의 밑그림이 되면서 캠코는 국가 자산관리는 물론 서민금융의 공적기관으로도 새 정부의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며 "기금 설치 법안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지만 캠코가 국민행복기금 정책의 중심에 설 수 있다"고 견해를 나타냈다.

 ◆ 금감원 '적극 협조' VS. 금융위 '인수위와 협의'

그럼 금융당국은 이 기금 운영을 어떻게 바라보며 준비하고 있을까.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박 당선인의 가계부채 대책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재정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권혁세 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해 연체된 가계대출 채권을 매입하고 프리워크아웃제도 적용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만기연장, 상환방식 변경 등 금융회사의 채무조정도 활성화해 가계부채 해소에 앞장서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김석동 위원장이 재정투입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김석동 위원장은 "정부가 나서서 개인채무자의 구제책을 마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해 애둘러 국민행복기금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채무자와 채권자가 일차적 책임을 가져야 가계부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나서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민행복기금에 대해서 금융감독원은 적극적인 협조를, 금융위원회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금융위는 인수위 업무보고를 목전에 두고 박 당선인의 가계부채 대책 등 대선공약을 적극 반영한다는 내부 계획을 짜고 있다.

새 정부의 방향성이니 당연한 움직임이지만 제도나 재원 마련 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전제로 깔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위원장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원칙을 얘기했지만 박 당선인의 구체적인 공약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면서 "인수위에는 공약에 대한 액션플랜에 대해 보고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선인 공약에 맞춰서 보고를 하고 인수위와 협의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김연순 기자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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