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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조직개편으로 미소짓던 지경부의 '근심'

기사등록 : 2013-01-2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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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부 최영수 차장
[뉴스핌=최영수 기자]  '지경'씨는 15년 전 '외교'씨네 집안으로 시집간 맏딸 '통상'이가 친정으로 돌아온다기에 반갑지만, 두 집안 사이에 관계가 틀어지지는 않을 지 걱정이다.

반면 그동안 집안을 든든하게 이끌어온 차남 '연구'가 최근 새로 이사 온 '미래' 가문으로 장가를 가게 돼서 아쉽기만 하다. 5년 전에 시집 온 '정통'이도 아들 '우정'이를 데리고 미래 가문으로 들어간단다. 아직 어린 막내 '중견'이도 작은집 '중기'네로 입양을 보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박근혜 정부의 조직개편을 놓고 지식경제부의 '복잡한' 속내를 표현한 말이다. 정부의 조직개편에는 사실상 정답이 없는 것이고 당선인의 의중을 최대한 받들어야 한다. 하지만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족이 생이별하듯 조직이 이합집산되는 상황이라면 그 뜻이 아무리 좋더라도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산업정책을 총괄하고 경제성장을 주도해 온 지식경제부의 심정도 이와 같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의례 있었던 조직개편이라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이번에도 조직에 많은 변화가 있다 보니 걱정과 근심이 앞선다.

우선 15년 전 외교부로 이관됐던 통상교섭본부를 되찾아 온다는 점에서는 반갑다. 본래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의 연관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익을 우선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하지만 해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외교부와 긴밀한 협조가 안 될 경우 부처 간 갈등과 엇박자가 불가피하다. 외교부가 섭섭한 마음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애를 먹는 것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몫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통상기능을 외교부로 넘긴 것도 이 같은 '불협화음' 때문이었다.

ICT관련 기능이 미래창조부 산하로 집중되면서 또 다시 이삿짐을 싸야 하는 정보통신부문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정보통신산업정책국 산하의 7개과 중에서 3~4개과가 미래부로 이관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가 힘을 실어주는 미래부로 옮기는 것을 일부 반기는 이도 있겠으나, 정권마다 일터를 옮기며 새로운 조직에서 적응하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고충이다.

더구나 ICT산업 활성화와 사실상 관련이 없는 우정사업본부를 이관하는 것도 공감하는 이가 거의 없다. 향후 우정본부의 핵심 업무가 '택배'와 '금융'이라는 점에서 ICT와는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부 공무원들의 낙하산 자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견기업국의 중소기업청 이관은 더욱 한심한 결정이다. 지경부 업무가 사실상 중소기업 정책이 대부분인데 신설된 지 1년도 안 된 중견기업국을 이관하는 것은 현실을 한참 모르는 처사다. 그렇다면 지경부는 이제 대기업 정책만 하라는 것인가.

중소기업 정책은 지금의 중소기업청 조직만으로도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정부 산하에 난립되어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 관련 기관이 그동안 얼마나 실효성 있게 운영되고 있는지, 중소기업의 실정은 외면하고 실적 쌓기에만 열중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고 점검할 일이다.

선진국이 될수록 불필요한 조직개편이 사라지고 질적인 정책으로 승부한다는 점에서 아직 우리 정부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조직이 어떻게 바뀌든 경제양극화를 해소하고 국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5년 뒤 국민들은 또 다시 조직개편의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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