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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원의 아부다비] 환(換)의 전쟁, 어떻게 하나?

기사등록 : 2013-01-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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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원화의 외화대비 가치가 너무 상승하였다고 한다.  다시 말해 원화 환율인하로 인해 한국 경제가 어렵게 될 수 있다고 걱정이 많다.

원칙적으로 한 나라의 경제가 잘되고 안정이 되면 그 나라 통화의 가치는 올라 가는 것이 맞다. 구매력의 차이가 환율의 변화로 나타난다는 PPP(Purchasing Power Parity) 이론으로 오랫동안 환율의 변동을 설명해 왔지만 지금은 그런 단순 경제학 논리로 다 설명하기 어렵다.

여러 나라의 중앙정부가 의도적으로 환율에 개입할 뿐 아니라 국제적 투기 세력의 영향도 간단히 볼 문제는 아니다. 그 밖에 국제테러 등 환율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도 많아졌다.

경제력이 지난 10년 간 급격히 신장되어 세계 2대 경제 대국을 상징하는 G2로 성장한 중국의 대외 영향력이 비교 안될 만큼 커졌는데 비해 위안화 환율은 미미하게 변화되었다고 국제사회는 비난하고 있다.

중국에 반환된 홍콩은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아직도 근본적으로 미국 달러에 고정(pegging)된 환율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갑작스럽게 통화정책의 기조를 바꾸었고 그 결과 엔화는 한 달여 만에 10% 이상의 변화를 보여 주었다.

원리 원칙대로 보자면 자국 통화의 가치가 올라가 나라의 부(富)와 구매력이 좋아진다는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이다. 또한 원화가 강세가 되면 외국에서 원부자재를 많이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인플레이션의 일정 부분을 막을 수 있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출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우리나라로서는 원화 강세를 의미하는 환율 하락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의 원인 중 하나가 엔화 강세라는 것은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환율 하락에 대비를 많이해 아직은 버틸 만하다고 한다. 하지만 수출에 의존하는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환율로 인해 그 고통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하소연이다.

원가의 상승으로 가격도 올라 중소기업 수출 물량도 많이 줄었을 뿐 아니라 벌어오는 달러의 원화대비 가치도 줄어 수익이 엄청나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작년 1000 만 명에 달하던 외국인 관광도 이렇듯 환율이 내려가 관광 비용이 비싸진다면 과연 작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아울러 원화의 가치 상승에 편승한 외국인 환 투기 자금이 급격히 유입되어 아니라도 악화된 환율의 하락 속도에 가속을 붙게 하지 않을까도 걱정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적극 개입하여 환율을 조작하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 기업들이 언제까지 환율에 의존하여 싼 가격을 앞세운 경쟁력으로 버틸 수 많은 없는 일이다. 원론적으로는 중소 기업들이 수출 상품의 품질 혁신과 꾸준한 R&D 및 디자인 향상으로 국제 경쟁력을 살려 어떤 상황 하에서도 살아 남을수 있는 저력을 키우는 게 맞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모두가알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우선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 모드가 아직까지 성립되지 못했다는 것이 아픈 점이다.  한 대기업에 수출 제품을 납품한 중소기업은 또 다른 대기업에 비슷한 제품은 아니라 하더라도 완전히 다른 품목도 납품하기 어려웠다. 아니 거의 불가능했었다고 보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여러 대기업에 다양한 제품들을 납품할 수 있는 전문 중견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었다고 봐야 한다. 대기업을 성장의 주축으로 삼았던 정부 정책이나 대기업 중심 기업 관습으로는 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 가능한 중견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다.

한 중소기업을 키워 안정된 제품의 공급을 받고 의지하기 위하여 대기업이 취했을 위험 관리수단이 무엇이었을지는 상상할 수 있다. 지금 중소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적 규범이 정립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중소기업이 몇 달 만에 중견 기업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문제는 원화 환율의 하락 속도가 중소기업들이 적응하기에는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 같은 남들이 한다고 해서 우리도 환율 개입을 맘대로 할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그렇다고 시장에서 자유롭게 형성되는 환율을 그대로방치할 수 만은 없지 않은가?

중소기업에게 시간적 여유는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걸음마에 익숙해 맷집이 없는 아이에게 갑자기 마라톤 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키웠다면 어느 정도 뒷감당 할 수 있을 때 까지는 돌봐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다보스 포럼에서도 환 전쟁이 화두라 한다.  그건 누군가가 시장에 의하지 않은 환율 정책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맷집 키울 때까지는 돌봐줘야 한다. 그렇게 키워 놓은 것이 정부였기 때문이다.

*'아부다비'는 "아부하는 자, 다 비참하리니"의 줄임말로 필자가 권력에 빌붙어 아양떨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미이다.
 
*남종원 교수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J.P. Morgan 홍콩주재 한국 사무소장
-Goldman Sachs 홍콩주재 한국 대표 겸 사무소장
-메릴린치 한국대표 겸 서울지점장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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