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버블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버블이 터질 때가 문제일 뿐이다.’
금융위기 전 미국 주택시장에 대한 버블 경고가 고개를 들 때마다 정책자들이 내비친 입장이다.
불과 10년 사이 닷컴과 부동산 등 두 차례의 대형 버블 붕괴를 경험했지만 중앙은행을 포함한 정책자들의 관념에는 변화를 엿보기 어렵다.
버블이 경제나 금융시스템에 구조적인 리스크가 될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으면 경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또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킨 데 따른 버블이 무너질 경우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하지만 레버리지가 얽히지 않거나 비중이 낮다면 우려할 문제가 아니라는 진단이다.
국채부터 정크본드까지 채권 시장의 버블 경고가 꼬리를 물고 있지만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여기에 일본은행(BOJ)까지 유동성 공급에 대한 의지를 내려놓지 않는 것은 이 같은 계산이 깔리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이 버블 논란 속에서 정크본드를 지속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수익률 확보에 혈안이 된 한편 중앙은행의 속내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는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리스크가 더욱 가까이 근접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접어들 경우 공포스럽게 치솟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면서 주식을 포함한 금융자산의 가치를 크게 훼손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도이체방크의 조 라보냐 이코노미스트는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크게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시장금리 급등에 따라 담보물 가치 훼손이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고, 이 때문에 1994년 침체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고수익 자산을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있어 아직 버블이 몸집을 불리는 상황이지만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연준이 자산매입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라자드 캐피탈의 아트 호건 애널리스트 역시 실업률이 2014년 말까지 6.5% 아래로 떨어지기 힘들며, 연준의 QE 축소는 이보다 앞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만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카일 바스 대표는 “연준의 제로금리와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크게 치솟을 것”이라며 “뉴욕증시가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구매력은 오히려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