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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외환규제, 믿을 건 한은 뿐?

기사등록 : 2013-02-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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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인하로 수출·내수 두 토끼 잡나

[뉴스핌=김선엽 기자]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외환규제책, 일명 '한국형 토빈세'가 윤곽을 드러내기도 전에 힘을 잃는 분위기다.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할 때 글로벌 유동성의 홍수를 막아낼 정도로 강도 높게 디자인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행보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일본은행 총재의 조기사임까지 유력시되면서 우리 정부도 결국 한은의 힘을 빌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최근 1년간 원화와 엔화의 달러 대비 절상률  <제공 : 뉴스핌, 키움증권>

지난달 30일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한국형 토빈세를 언급한 이후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1100원대로 올라설 것이라는 일부의 기대와는 달리 7일 현재 109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환율의 급격한 하락에는 브레이크가 걸렸지만 최근 환율은 급변동을 수차례 보이며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1월 말 주춤했던 외국인의 채권매수도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외국인은 2월 들어 4거래일 동안 국고채와 통안채를 총 1조70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원화약세 전망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매매패턴이다.

또한 일본은행 총재의 조기사임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날 원/100엔 환율은 1159.84원을 기록, 4년 4개월래 최저치에 도달했다. 덩달아 일본 증시는 이날 3.8% 급등하면서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부작용 심각, 실효성 있는 거래세 부과 힘들듯

환율의 이같은 움직임 이면에는 당국이 실효성있는 있는 외환규제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깔려있다.

우선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밝힌 채권거래세의 경우, 어렵게 형성한 우리 채권시장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염상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5일 보고서를 통해 "채권거래세가 1bp만 부과돼도 거래량이 75%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입법이 된다고 하더라도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시장거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정도에서 세율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국으로서는 외국계자금의 과도한 유입에 대해 경고성 시그널을 보내는 것에 그칠 수 있다.

외환거래세 역시 입법이 쉽지 않다. 우선 내외국인 차별이라는 문제를 비켜가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역시 지난해 선거기간 중 "토빈세는 국제적으로 공감대를 이뤄 도입하는 게 좋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도입 된다 하더라도 프랑스, 벨기에 등과 같이 조건부 발효의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외환건전성 조치론 한계", "경쟁적 돈풀기, 한국도 예외일 수 없어"

기존의 외환건전성 3종세트도 이미 환율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인 수단들로 평가된다.

지난 1월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단기외화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실시한 2010년의 외환건전성 조치는 현재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 자금의 유입을 일정 수준에서 제어하기 위해서는 결국 한은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까지 돈을 풀어대는 상황에서 더 이상 '건전한' 정책들만을 가지고는 원고엔저와 근린궁핍화를 모면하기 어려워진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한은은 다소 강경한 입장이다. 최근 '우리나라 UIP조건의 성립여부 검정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까지 내놓으며 기준금리와 환율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치고 있다.

또한 다수의 한은 통화정책국 관계자들은 환율만을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연 2.75%의 현행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는 것으로 현재의 급격한 유동성 유입을 막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주요국들이 한은과 마찬가지로 올해 후반기의 경기회복을 기대하면서도 경쟁적으로 돈을 풀고 있는 상황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원고엔저가 고착화되면서 최근 수출기업들의 실적과 전망은 나란히 하락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 증시는 최근 글로벌 증시와 심각한 디커플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뉴욕 다우존스지수가 1만4000선을 6년만에 돌파했지만 코스피지수는 1940선 아래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이 수일째 이어지고 있다.

대신증권 김세훈 애널리스트는 "한은과 마찬가지로 선진국들 역시 올해 하반기 정도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면서도 돈을 풀고 있다"며 "대내외 상황을 볼 때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 채권의 기대수익률을 낮춰서 자금유입을 제어할 필요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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