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은지 기자] 지난달 글로벌 증시가 미국 재정절벽 협상 타결과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에 랠리를 펼친 가운데 한국 자산시장이 나 홀로 부진한 행보를 기록해 눈길을 끈다.
<사진 출처=FT> |
미국 다우지수와 일본 닛케이지수가 지난 한 달 동안 7% 이상 상승을 기록한 데다 영국 FTSE 지수와 중국 상하이 지수도 각각 6.4%, 5.1% 뛰었지만, 한국 코스피지수는 1월 한 달간 1.8% 하락한 것.
지난달 KDB 대우증권은 올 초 3주간 한국 증시의 퍼포먼스가 글로벌 78개국 중 70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쯤 되면 가히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모로코, 사이프러스 등에 불과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이탈이 두드러졌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한 달간 한국 주식시장에서 1.93조 원을 순유출했다. 최근 원화 가치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기업실적이 악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차익 매물 출회로 이어졌다.
세계 최대 EFT 운용사인 뱅가드가 이머징 시장의 벤치마크 지수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서 파이낸셜타임즈증권거래(FTSE)로 변경한 것도 외인 자금 유출을 가속화 하는 데 한몫했다. 바클레이즈는 4일 관련 보고서를 통해 뱅가드 효과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1분기에만 90억 달러(9조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부진한 것은 비단 증권시장뿐만이 아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채권시장에도 9120억 원을 유출해갔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순유출을 기록한 것이다. 역시 원화 강세에 대한 우려가 동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시장 전체로 봐도 외국인들은 지난달 한국 금융시장에서 2.84조 원을 순유출해 지난 2011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돈을 유출해갔다.
2월 전망과 관련해서도 불활실성이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FT 등 외신들은 원화 가치가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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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을 이탈하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엔화 강세가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을 이탈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두드러지며 이머징 마켓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음에도 한국 시장은 원화 강세에 발목이 잡혀 이와 같은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4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엔화의 장기적인 강세를 끝마치는 것이 여전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최근의 엔화 약세가 일본 정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치 않은 수준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일본 정부가 계속해서 엔화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할 수 있다.
바클레이스 서울의 박찬익 전무 겸 수석투자전략가는 원화 강세로 1분기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코스피지수가 고전을 계속하며 한국 증시의 주가 수익 비율이 여타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한국의 주가수익비율이 8.69인데 비해 일본은 12.95, 중국은 10.49, 대만은 14.52, 태국은 12.16을 기록한 것.
그러나 낮은 밸류에이션이 저가 메리트를 부각시키며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박 전무는 "외국인들이 조만간 한국 주식의 순 매수자로 부상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며 "엔화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