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은행 레버리지비율, '08년 당시 리먼과 비슷
- 스페인 주택버블, 위기당시 미국보다 훨씬 커
- 유럽 부채위기 솔루션, "약발 없어"
[뉴스핌=권지언 기자] 유럽 은행부문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시 미국 은행권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안은 채 이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유럽발 금융위기가 더욱 심각하게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돼 주목된다.
지난해 고조되던 유럽 부채위기 위기감은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누그러진 상황으로, 유럽 각국 지도자들 역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메시지를 쏟아내며 안도감 확산을 부추겼다.
하지만 지난 13일 피닉스캐피탈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 부채위기가 한 고비를 넘겼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지만 사실은 2008년 당시 미국의 은행권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2008년 5월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간, 리먼브라더스 등 월가 대형 투자은행 임원들은 하나같이 '최악은 끝났다'는 말을 되풀이했지만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후 시장이 보게 된 것은 전혀 다른 현실이었다면서, 유럽 지도부 역시 비슷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상은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닉스의 보고서는 현재 유럽 은행시스템 전체의 레버리지 비율은 26:1로 금융위기 촉매제가 됐던 리먼 브라더스의 당시 레버리지 비율 30:1에 근접한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또 2010년 그리스 위기가 처음 터진 이후로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지만 그리스 해결은 차치하고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까지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위기가 터지긴 했지만 이후 발 빠르게 은행부문 재자본화에 나서기라도 했으나, 유럽의 경우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리스의 주요 은행들은 여전히 채무불능 상태고, 그리스의 국민총생산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 고점서 20% 넘게 위축된 상태다. 이 같은 위축세는 지난 2001년 금융 시스템이 전면 붕괴된 아르헨티나의 당시 상황과 비슷한 수준.
주택가격 지수 비교. 파란색은 스페인, 하늘색은 미국 주택가격 지수 [출처:이코노미스트] |
국유화 카드까지 꺼내든 방키아의 경우 현재까지 구제금융 자금으로 190억 유로 이상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적자 늪을 빠져 나오지 못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비난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인 것.
또 스페인 은행위기의 원인이던 주택시장 버블은 지난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주택시장 버블 규모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수준인 점도 유럽 위기의 심각성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올 들어 미국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는 등 시장은 유럽의 불안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증시가 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던 것은 지난 2007년 당시도 마찬가지라면서, 증시가 반응할 쯤이면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