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엔저(低)' 베팅으로 막대한 수익을 챙겼지만 한국형 헤지펀드와 국내 증권사들은 강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만 보고 있다.
자금 규모 면에서 FX(외환)시장 진입 자체가 큰 부담인데다 그동안 환 베팅을 거의 안 해봤기 때문이다. 한국형 헤지펀드들은 국내 주식을 대상으로 한 롱숏 전략 위주로 운용되는 것도 이유다.
구조적인 수익성 한계에 봉착한 증권사들이 이제는 글로벌 시장으로 시야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들이 최근 엔화 약세에 베팅하면서 높은 단기 투자수익률을 거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헤지펀드계의 대부로 꼽히는 조지 소로스가 엔저 베팅으로 3개월여 만에 10억달러를 벌어들였고, 골드만삭스의 파트너인 앤드류 로가 운용하는 헤지펀드인 칵스턴 어소시에이츠 또한 엔화 베팅으로 지난 3개월 간 약 1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아울러 폴 튜더 존스의 튜더 인베스트먼츠와 루이스 바콘의 무어 캐피탈 역시 9% 수준의 수익률을 올렸다. 지난 3년간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3.5%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수익률은 괄목할 만한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이처럼 대박을 터뜨리는 동안 국내 헤지펀드나 증권사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만 봤다. 우리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만이 지난달 엔숏 거래로 수익을 창출했다.
박태동 메리츠종금증권 자산운용본부장은 "올 1월에 엔숏 거래를 해서 수익을 조금 냈다"며 "엔화 추세가 지금은 큰 변곡점을 지난 듯 보여 이달에는 포지션을 접은 상태"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FICC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지속적으로 엔/달러 거래를 해왔다"며 "최근에도 엔/달러 포지션에서 일부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이렇게 뒷짐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금 규모 면에서 FX(외환)시장 진입 자체가 큰 부담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형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FX시장은 움직이는 자금 규모가 어마어마한데다, 변동성으로 인한 위험 부담도 막대하다"며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고서는, 국내 증권사 정도의 소규모 자본으로는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증권사에서는 그동안 외환 관련 거래를 거의 하지 않았고, 인력, 시스템 그리고 규정 등도 갖춰지지 않았다.
국내 대형 은행 한 외환 트레이더는 "이번에 엔숏 거래로 꽤 벌었다"며 "규모를 떠나서 증권사들도 할려면 할 수 있었을텐데 대체로 국내 증권사들이 환 베팅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일부 FX거래를 하는 증권사들도 거의 원/달러 거래만 할 뿐 엔화 거래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등이 이런 경우다.
한편, 국내 한국형 헤지펀드들은 대부분 주식 관련 롱숏 전략을 사용한다. 엔숏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는 없다.
이와 관련해 국내 헤지펀드업계에서는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를 일률적으로 국내 헤지펀드의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이다.
박기웅 미래에셋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1본부장은 "헤지펀드는 최초 설정 시에 운용 전략을 밝히고 그에 따르게 돼 있다"며 "운용 전략의 차이인 것이지, 제도나 운용 매니저들 능력의 차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