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자동차 업계가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고 있다.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더더욱 춥게 느껴진 것 같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는 꽁꽁 언 내수 침체로 신차 출시는 고사하고 수입차 공세까지 막아내야 했다.
국내 수입차 업계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으로 인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 시점에 자동차 업계는 새 정부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살펴봐야 할 시기로 읽힌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목표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다. 원칙이 바로 선 시장 경제 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수입차 업계의 담합 및 판매 가격 등 조사 강도를 높이는 이유도 이 같은 시대적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그동안 수입차 시장은 거침없이 성장해왔다. 시장 점유율 역시 10%를 넘어섰다. 자동차 판매 가격도 조금씩 내려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본사와 딜러 간 ‘비즈니스 신경전’으로 발생되는 문제에 대해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자동차는 내구성 소비재다. 장기간 사용하면서 편익의 흐름이 소모되는 재화인 만큼 사후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사는 딜러에 차를 판매하면 사실상 역할이 끝난다. 딜러 역시 소비자에게 팔고 나면 그만이다. 소비자 권익 측면에서 부품 및 수리비 폭리 등이 판매 가격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이유다.
본사는 소비자들이 딜러의 수리비 횡포에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애꿎은 소비자들만 이용당했다는 불만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본사에 적절한 제재를 하지 못한 정부 탓이다.
이에 대해 수입차 한 관계자는 ‘성장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수년 전부터 예고된 일종의 ‘경고’였다. 그 경고를 무시해 끝내 공정위 조사로 이어진 ‘사필귀정’인지도 모른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지금까지 대기업을 중심으로 키웠다면 앞으로는 중소기업을 키우는 쪽으로 갈 것 같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수입차 회사가 한국산 부품을 쓰도록 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이 커질수록 한국이 손해 보는 것은 완성차 업체가 아니라 중소 부품 업체”라며 “이를 위한 계기를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새 정부가 경쟁력 있는 부품 업체를 발굴, 전 세계 자동차 회사에 공급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는 얘기다.
늦은감이 있지만 수입차 회사들도 유통 구조를 개선해 소비자 권익을 위해 적극 나섰으면 한다. 또 한국에 부품센터 및 물류단지 등 본사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때가 됐다. 이는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제에도 일조할 수 있는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박근혜의 창조경제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