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은지 기자]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사장이 일본 정부가 인접 국가들을 '쓰레기통' 취급하면 안 될 것이라고 강도 높은 경고음을 쏟아냈다.
이번 발언은 지금까지 나온 중국 고위 관계자들의 일본 관련 발언 중 가장 수위가 높은 것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 참석한 가오시칭 CIC 사장은 6일 일본이 수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통화 가치를 절하할 것으로 보느냐는 월스리트저널(WSJ)의 질문에 "책임 있는 정부라면 이를 하지 않으리라고 희망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인접 국가들을 쓰레기통 취급하고 환율전쟁을 촉발하는 일은 다른 국가들에게뿐만 아니라 결국 자국에도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CIC 사장의 이번 발언은 언뜻 보기에 막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조심스럽게 조율된 외교적 언사라는 분석도 있다. WSJ는 별도의 기사에서 앞서 주요 20개국(G20) 성명서에서 "경쟁적 평가절하는 안 된다"는 표현에서 다시 '통화전쟁'이란 문구를 뽑아냄으로써 미래 선진국 정책에 대한 경고음과 동시에 환율개입 국가로 알려진 중국의 입장에 대한 '방어'를 동시에 구하는 외교적 전략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 일본의 정책 결정자들은 일본은행(BOJ)의 통화 완화 정책이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지 엔화 약세를 위함은 아니라고 줄곧 주장해 오고 있다.
가오 사장의 발언에 앞서 천위루 중국 인민은행(PBOC) 자문관 역시 가오 사장과 비슷한 기조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그는 일본을 명시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아 수위 조절에는 신경 썼다는 인상을 줬다.
천 자문관은 하반기 중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는 다른 국가들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채권 매입에 나선 데 기인한 면이 크다고 말했다.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조치로 이들 국가의 금리가 하락하면서 더 높은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이머징 시장으로 몰리고 있고, 이는 결국 이머징 국가의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
그는 "통화전쟁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중국은 명백한 희생자"라고 강조했다.
한편, CIC는 관리자산이 약 5000억 달러로 세계 국부펀드 중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