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성능과 연비에서 인정받으면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이 따라올 것”
“갈수록 자동차들의 연비가 좋아지고 기술도 빨리 발전하고 있어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 전시장에서 열린 ‘2013 제네바 모터쇼’에서 연비를 강조하면서 향후 출시될 현대·기아차 연비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꽁꽁 얼어있는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연비가 판매에 주효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고성능ㆍ고연비로 무장한 유럽차가 내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점도 정 부회장에게 부담이 됐을 것으로 관련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내수 시장은 ‘보릿고개’가 장기화될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수입차 시장은 올해 1월과 2월 비수기임에도 성장세를 지속했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는 내수 9만8826대에 그쳐 지난해와 견줘 12.5% 줄었다. 반면 수입차는 1만556대 판매해 14.8% 늘었다.
주목할 점은 수입차 디젤 차종의 증가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디젤 판매차 판매 비중은 60.3%다. 같은 기간 배기량 2.0ℓ급 미만의 차가 53.2% 점유율을 보인 점에서 소형차ㆍ디젤차 트렌드가 완전히 자리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유럽 시장이든, 국내 시장이든 지역을 떠나 효율성의 지표인 연비가 최대 화두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연비 경쟁력 면에서 뒤떨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단적으로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폭스바겐 골프 1.6 TDI 블루모션은 복합 연비 18.9km/ℓ로 현대차 i30 1.6 디젤 16.2km/ℓ 보다 높다.
국내 출시를 앞둔 7세대 골프는 21.3km/ℓ(수동변속기 26.3km/ℓ) 연비를 확보했다. 골프 블루모션 모델은 31.2km/ℓ에 달해 자동차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를 통해 폭스바겐코리아는 수입차 시장은 물론 현대·기아차 등 국산차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코리아는 골프 등을 통해 올해 2만대 판매하기로 했다.
특히 골프가 2103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된 만큼 그 파장에 대해 국내 자동차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수입차 중 수년째 판매 1위를 독주하는 BMW 520d 복합 연비는 16.4km/ℓ다. 520d는 지난 한 해 동안 7485대가 판매됐다. 폭스바겐 및 BMW 등 수입차가 현대·기아차를 연비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가솔린 자동차도 연비 경쟁력이 떨어진다. 현대차 그랜저 2.4 연비는 11.3km/ℓ다. 비슷한 배기량의 닛산 알티마 2.5는 12.8km/ℓ, 혼다 어코드 2.4는 12.5km/ℓ다. 토요타 캠리 2.5는 11.5km/ℓ다. 2.0ℓ급 쏘나타와 기아차 K5의 경우 11.9km/ℓ로 BMW 520 11.2km/ℓ을 웃도는 수준이다. 쏘나타가 BMW만큼 기름을 많이 먹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연비 향상, 특히 디젤 부분에서 폭스바겐, BMW 등 유럽차와 격차를 줄이기가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폭스바겐, BMW 등 기술 경쟁에서 뒤쳐지는 이유는 기술을 꼽기에 앞서 시장 변화에 대해 미래 예측이 늦은 시스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에서 현대차는 i30를 비롯해 i10 등 i시리즈, 아반떼, 쏘나타 등을, 기아차는 씨드, 벤가, 피칸토 등을 판매 중이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