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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만수와 로펌의 역습, 그리고 공정위

기사등록 : 2013-03-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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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부 최영수 차장
[뉴스핌=최영수 기자]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의 시대적인 과제로 떠오른 경제민주화. 이를 진두지휘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가 32년 역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청와대는 14일 한만수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를 박근혜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이를 놓고 공정위 안팎에서는 '우려' 수준을 넘어 '공정위의 위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잘 나가는' 로펌 변호사 출신이 낙하산 인사로 내정된 것에 대한 단순한 '반감'이 아니다. '경쟁법'을 모르는 조세전문가라는 점도 치명적이지만, 한 내정자의 이력이 그 부당함을 말해 준다.

한 내정자는 1980년 사법고시(22회) 합격 이후 20여 년간 김&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재임하면서 대기업을 대변해 온 인물이다.

대표적으로 2001년 국세청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부과한 과세에 대해 행정소송을 대리했다. 1998년에는 현대그룹의 계열회사 지원 관련 소송을 맡기도 했다.

김&장법률사무소는 어떤 곳인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합병 및 매각을 주도하고, 대기업과 재벌 오너들의 수많은 불법행위들을 대변하면서 그 덩치와 세력을 키워온 곳이다.

어디 김&장뿐이겠는가. 국내 대형로펌들이 공정위를 비롯한 정부의 전직관료들을 영입해 사실상 로비활동을 하며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해 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공정위의 불공정거래 조사과정을 보면 불법기업보다는 로펌과의 싸움에 가깝다. 기업들은 심결과정은 물론 조사과정부터 로펌을 통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응논리를 만든다. 과징금을 절반 이하로 깎아서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임무도 이들의 몫이다.

이 같은 로펌에서 반평생을 살아온 한 내정자가 과연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자신을 먹여주고 키워준 부모에게 '칼'을 들이대는 격이다.

이런 모순된 인사가 현실화된 배경은 무엇일까. 한 내정자는 2010년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지난 대선 때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정부개혁추진단 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당시 대선 캠프에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도움을 줬다'는 게 그의 주장이지만, 대부분 경쟁법 전문가들은 그저 웃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경제민주화를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경제법에는 세법을 비롯한 여러 가지 영역이 있다. 한 내정자가 혹시 일반 경제법과 경쟁법의 차이를 모르는 것은 아닐까. 특히 인사권자조차 이 같은 차이점을 간과했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이자 '공정위의 위기'다.

공정위가 어떤 곳인가. 1970년대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재벌과 대기업의 폐해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1981년 독점 및 불공정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설립된 준사법기관이다. 때문에 공정위의 심결은 사법부 1심 재판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1990년 경제기획원에서 분리된 이후 1994년 국무총리 산하 독립기관으로 거듭났고, 1996년 김인호 위원장 시절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되면서 위상이 크게 강화됐다.

하지만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공정위의 위기는 이미 가시화됐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한 대형사건들에 대해 과징금을 대폭 삭감해 주며 '면죄부'를 남발했고, 그로 인해 위상과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렸다.

정권 후반기 들어 경제양극화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뒤늦게 팔을 걷어붙였지만, 대기업의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가지치기'에만 열중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공정위와 로펌과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지 이미 오래다. 이제는 공정위원장에 로펌출신 변호사까지 내정되는 실정이다. 마치 적장((敵將)을 아군의 수비대장으로 삼은 격이다.

한만수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공정위 내부적으로는 '로펌의 역습'에 크게 당혹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스스로 자초한 위기상황을 공정위가 어떻게 극복해 나갈 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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