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코끼리(대형 M&A)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겠다". 워렌 버핏이 최근 한 얘기다. 확실히 투자의 현인은 위기를 지나면서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기를 지나면서 저렴해진 매물로 달려들던 투자자들과 기업의 손길이 주춤하고 있다. 아직 세계경제와 체제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판단인데, 이럴 때가 M&A 시장의 온도를 측정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업계의 통합과 산업 간 융합의 필요성에 따른 대형 M&A가 증가한 가운데, 여전히 신흥시장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새로운 기회의 땅을 찾는 움직임이 발 밑에서 분주하다. 최근 글로벌 M&A의 동향과 특징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뉴스핌=주명호 기자] 세계 경제회복 기대에 힘입어 M&A시장 또한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투자의 달인 워렌 버핏 또한 최근 분야에 관계없이 대형 M&A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 천명하기도 했다.
이중 통신과 미디어, IT업종이 유망한 M&A업종으로 꼽힌다. 골드만삭스는 이 3분야를 M&A로 가장 바쁜 한해를 보낼 업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통신기업을 가장 유망한 인수합병 대상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 또한 올해까지 통신업계의 인수거래 가치가 지난해보다 435%가 급등해 업계별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통신분야는 특히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사모펀드 회사 어팩스 파트너스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합작으로 영국의 휴대폰통신사 EE(Everything Everywhere)의 인수를 위해 100억 파운드(약 16조 7000억 원) 규모의 입찰 계획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 통신업체 보다폰과 미국 통신업체 버라이즌도 합병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다. 조인트벤처회사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양대 주주인 두 회사는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지분을 놓고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이중에는 버라이즌의 보다폰 인수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쪽도 대형 인수가 활발하다.
종합케이블 방송사업자 컴캐스트는 잔여지분 매입에 167억 달러(약 18조 원)를 들여 제너럴일렉트릭(GE) 소유의 NBC유니버설을 완전 인수했다. 미디어그룹 리버티글로벌도 영국 최대 케이블채널 운영기업 버진미디어를 223억 달러(약 25조 원)에 인수했다.
IT업종의 M&A는 현재진행형이 눈에 띤다.
PC 제조업체 델은 창업주 마이클 델 회장이 바이아웃을 통한 비상장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현재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까지 델의 지분을 사들여 인수 과정의 혼란이 예상된다.
기업 소프트웨어 제조사 컴퓨웨어의 바이아웃을 두고도 어팩스 파트너스, 헬먼앤프리드먼 등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지난주 컴퓨웨어의 주식가치는 주당 11.95달러로 뛰어올랐다.
중국 컴퓨터업체 레노버는 최근 블랙베리의 인수 가능성을 언급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태다.
소매, 식품, 제약분야의 인수합병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소매분야의 대표적인 M&A는 사무용품업체 오피스디포와 오피스맥스의 합병이다. 두 기업은 합병을 통해 연매출 180억 달러(약 20조 원)에 이르는 업계 최대기업을 탄생시켰다.
대형의류기업 PVH 코퍼레이션은 지난 2월 패션전문업체 와나코의 인수를 매듭지었다고 발표했으며, 세계적인 시계제조업체 스와치그룹 또한 지난 1월 보석전문기업 해리윈스턴의 인수를 매듭지었다.
제약분야에서는 사모펀드기업 로열티 파머가 아일랜드 제약회사 앨런의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 로열티 파머가 제시한 금액은 주당 11달러로 총 66억 달러(약 7조 3000억 원)에 이른다. 현재 1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로열티 파머는 JP모간 체이스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를 통해 나머지 자금을 융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식품분야에서는 워렌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와 브라질 사모펀드사 3G캐피탈이 식품업체 하인즈를 280억 달러(약 31조 원)에 공동으로 인수해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도 항공쪽에서는 U.S. 에어웨이즈와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110억 달러(약 12조 원) 규모의 합병을 진행 중이며, 석유업종에서는 지난 2월 말 중국해양석유총공사가 캐나다 석유회사 넥센을 151억 달러(약 16조 7000억 원)에 인수가 전해지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