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조건으로 제시된 예금자 과세 방안에 ‘성난’ 러시아가 독일에 화살을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독일 측은 이번 과세 방안을 주도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러시아의 판단은 다르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떠안게 된 러시아가 독일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축소, 이에 대한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번 키프로스의 예금자 과세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것은 물론이고 국제 관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금자가 구제금융 지원 조건의 타깃이 된 것은 국채 투자자가 대부분 국내 금융회사인 만큼 그리스와 같은 채권자 헤어컷을 시행했다가는 금융시스템 위기를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고, 예금 비율이 높은 키프로스의 특성상 은행의 채권 발행 물량은 지극히 제한적인 실정이다.
이 때문에 독일의 주도로 예금자 과세 방안이 제시됐고, 러시아의 돈세탁을 응징하자는 의도에서 유로존 정책자들이 이에 동조했다는 것이 시장의 해석이다.
정확한 통계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부호들의 예금 자산과 불법 자금까지 합칠 경우 키프로스의 전체 예금액 가운데 러시아 비중이 3분의 1에 이른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판단이다.
러시아는 이번 방안이 발표된 직후 불공정하고 위험한 결정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웨스턴 시드니 대학의 스티브 킨 경제학 교수는 “어떤 형태로든 러시아를 겨냥할 경우 푸틴 대통령이 ‘강한 남성’의 이미지를 앞세워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며 “예금자 과세가 이행될 경우 독일에 가스 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돈세탁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특정 국가를 매개체로 삼는 간접적인 방법으로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스피로 소버린 스트래티지의 닉 스피로 대표는 “정치적으로 폭발적인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이라며 “유로존 정책자들은 되돌아 갈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이 러시아의 거액 예금자를 의도적으로 겨냥했다면 반드시 상응하는 반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일 키프로스 의회는 예금자 과세안에 대한 표결에서 56명 중 36명 반대, 19명 기권으로 이를 부결시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