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같은 비전을 공유할 수 있다는 해외전문가들의 평가가 제기돼 관심을 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한국과 일본에서 냉전 시대의 지도자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이 양국 정상의 '영웅'이자 '롤모델'로 떠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전문가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무장 위험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대처 수상이 보여줬던 애국주의와 반공 기조가 한국과 일본 지도부에 영감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대처 수상이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영국 경제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점도 침체에 허덕이는 일본 경제를 부양하려는 아베 총리와 함께 과거 경제 성장의 기적을 유지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에도 매력적인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1월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1년에 개봉한 대처 수상을 조명한 영화 "철의 여인"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아베 총리는 지난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전쟁과 관련한 대처 수상의 의회 연설을 지목했다. 일본 정부 관료들은 대처 수상에 대한 영화가 지난 28일 아베 총리의 의회 연설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을 지키려 한다는 당시 대처 총리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일본 국민의 생명과 재산, 영공, 영토를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은 영국과 일본이 모두 섬나라이며 영국이 포클랜드 문제로 아르헨티나와 갈등을 빚은 것처럼 일본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구)로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의 이 같은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처 수상의 포클랜드 연설은 국제법 준수보다는 무력 사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에게 부적절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역시 과거 대선 기간 선거캠프를 중심으로 대처 수상의 이미지를 통해 유권자들에 강하고 성공적인 여성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다.
WSJ은 박근혜 대통령과 대처 수상 모두 남성 중심의 권위주의 분위기에 위축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박 대통령이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북한의 움직임을 먼저 주목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다만 신문은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반대파에 대항하기 위해 대처리즘을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경제정책 면에서는 복지 지출을 늘리고 산업정책의 국가 개입방식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대처 전 수상과는 다른 점이 있고 정치적 정체성 역시 좀 더 포괄적인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