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백현지 기자] 국제 금값이 30여년만에 최대 폭으로 급락했다. 이로 인해 뉴욕 증시도 하락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원자재 가격 하락이 국내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금 관련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15일(현시지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전거래일대비 9.3% 하락한 온스당 1361.10달러에 장을 마쳤다. 하루 낙폭으로는 지난 1983년 2월 이후 가장 큰 것이다. 은값 역시 10% 이상 급락했고 백금, 구리 역시 3~4%대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뉴욕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지난주 종가보다 1.79% 급락했고 S&P500지수, 나스닥지수도 2% 이상 빠졌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 감소, 기술적 요인 등이 금값 하락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7%를 기록, 전망치인 8%를 밑돌았고 전분기 7.9% 역시 하회했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가 금값 하락의 가장 큰 배경"이라며 "미국, 중국 G2 경제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점에 원자재 수요 자체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려아연, 풍산 등 금 관련주 주가가 금값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렇지만 증시 전체로는 별 영향이 없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고려아연, 풍산 등은 금 값이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금값 급락)영향을 받는다"며 "그러나 최근 소재관련 주식들이 떨어진 것은 금 가격 급락보다는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와 원자재 감소와 연동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금값 급락 시기를 돌이켜 보면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있을 때였다"며 "현재는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연준이 출구전략 시스템을 언제 밟을 것이냐 하는 것에 주목할 때"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금 시장에 대한 우려가 당장 현실화 되진 않을 것으로 보여 주식 시장을 걱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원자재 시장 부진이 국내 기업들과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기대다.
양경식 이사는 "국내 증시는 원자재 의존도가 그리 높지 않아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기업들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금값 뿐만 아니라 환율 등의 요인이 급변동 하는 것은 시장에 좋지 않은 이슈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 연구위원은 "금값이 안전자산으로 지위가 많이 약해지고 있는 것은 엔화가 안전자산으로서 지위가 강해진 것을 의미한다"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원자재 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은 주식 시장보다는 채권 시장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양경식 이사는 "머니 무브 (Money Move) 현상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자재 시장이 급락했다고 주식시장 수급이 곧바로 개선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양 이사는 "상품에서 빠진 돈이 채권 시장으로 이동한 다음 상황을 지켜본 후 주식시장이나 다시 원자재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백현지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