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금값이 날개 없는 추락을 연출하는 가운데 헤지펀드가 7년만에 처음으로 은에 하락 베팅하고 나서 주목된다.
업계 애널리스트가 반등을 점치는 것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은 선물 하락 베팅에 나섰다.
선물옵션 시장에서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거래자의 은에 대한 숏 포지션은 지난 2일 기준 한 주간 2982건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첫 주 3만8618건의 롱 포지션을 기록한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상장지수상품(ETP)의 은 보유 규모는 금액 기준 145억달러로, 지난 3월 중순 사상 최고치의 1.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2년간 은에 대해 가장 강력한 강세론을 폈던 투기거래자들이 뚜렷하게 행보를 전환한 움직임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지난 2일 베어마켓에 진입한 은은 연일 가파른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거래자와 달리 시장 애널리스트는 은값의 강한 반등을 점치고 있다.
올해 4분기 은 가격이 온스당 31.25달러까지 상승, 최근 가격에 비해 30% 이상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에 따르면 은의 생산량 가운데 53%가 태양광 패널부터 배터리까지 산업용 소재에 투입된다. 이 때문에 경기 회복이 가시화 될수록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가격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에이지스 캐피탈의 스탠리 크루크 최고투자책임자는 “은에 대한 하락 베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가 극심한 침체로 치닫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한적일 것”이라며 “일부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은 가격 반등에 일정 부분 힘을 실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초 이후 은 가격은 22% 하락해 같은 기간 금값 낙폭인 17%를 웃돌았다. 최근 은 선물은 2년6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지며 S&P GSCI에 편입된 24개 원자재 가운데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HSBC의 찰스 모리스 애널리스트는 “투기거래자들의 은 하락 베팅은 금값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며 “일종의 레버리지가 이뤄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