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올해 한국 증시는 상승을 장담할 수 없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시절 비관론자로 유명했던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운용본부총괄 전무가 다시 우리 증시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았다.
김 전무는 "그 때나 지금이나 생각이 별반 달라진 것은 없다"며 "글로벌 증시에서 한국이 재미없는 시장이 돼버려, 올해 국내 증시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나아가 세계 경기 회복이 더딘 근본적인 이유는 '부의 불균형' 때문으로, 부를 재분배하거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핵심은 '富의 불균형'…부의 재분배·수요 창출 필요
"부자는 살 게 없고, 빈자는 살 돈이 없다."
김 전무는 현재 세계적인 경기 부진의 핵심 원인을 '부의 불균형'에서 찾았다. 이로 인해 수요가 실종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돈을 풀어 자산 버블 일으키는 과정에서 사람들마다 자기가 부자가 된 줄 착각해 소비가 늘었다"며 "과소비했으니 충격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한, 버블이 왔을 때는 돈이 돈을 먹는 구조 속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즉, 돈을 쓸 수 있는 부자들은 더 사고 싶어도 더 이상 살 게 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사고 싶어도 더 살 돈이 없다는 것.
김 전무는 "부의 재분배를 통해 소비성향 높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키프로스가 부자들 돈을 뺏듯 세율 인상이나 주식 양도차익 과세 등이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창출 측면에서는 특히, 아시아 중산층의 확대가 중요하다고 봤다.
김 전무는 "양적완화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인데 글로벌 양적완화 시기에 아시아의 중산층이 증가하긴 했으나, 그 속도가 아직은 좀 느리다"라며 "새로운 수요 발생이 생각보다는 느리게 오고 있는데, 아시아 중산층이 좀 더 확대되기 전까지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이어 "문제의 핵심은 '부의 불균형'"이라며 "돈을 푼다는 건 같이 살자는 뜻이지만 부의 불균형을 극복하지 못하고 새로운 수요를 끌어내지 못하면 결국 이기주의로 흘러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선진국 증시 강세로 해외주식펀드 유망…국내는 IT·자동차
"작년까지는 아시아가 성장하는 국면이었지만 올해는 선진국 위주의 증시가 될 것이다"
세계 경기 부진 속에서 김 전무는 올해 선진국 증시의 상승세를 전망하며 선진국 위주의 해외주식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인플레 만들 자격 있는 나라들이 특히 좋을 것"이라며 "미국은 곡물과 셰일가스가 충분하고, 일본은 디플레가 걱정인 상황이니 인플레 와도 무리 없으며, 독일은 특출난 생산성이 받쳐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재산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때"라며 "채권은 나중에 인플레가 와 버리면 골치 아프니 절대 수익형 펀드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진이 예상되는 국내 증시에서는 IT와 자동차업종이 상대적으로 유망한 업종으로 꼽혔다.
김 전무는 "IT는 상대적으로 건강하다"며 "다만, 한 번 꺾였다가 갈지, 계속 블루오션으로 갈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애플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뉴 노멀(New Normal)을 만들어서 프리미엄 있었는데, 이제 더 이상 그 같은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도 이제 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구글과 아마존이 저가 스마트폰, 저가 태블릿을 만들면서 하드웨어 부가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승부를 앞두고 삼성전자가 어떻게 변신해 나갈지가 중요하다"고 김 전무는 말했다.
아울러 자동차는 많이 빠지긴 했으나, 시장성이 아직 끝나진 않았다는 판단이다.
김 전무는 "최근에 다소 주춤하지만, 현대차의 생산성이 경쟁사보다 좋은 건 사실"이라며 "가격을 올린 게 패착으로, 영업이익률이 13%까지 높아지면서 임금이 오르고, 부품사들이 게을러진 게 결정타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건설·정유·화학업종은 이제 다시 일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 전무는 "건설업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중국 건설사들의 진출 등 악재가 겹겹이 쌓이고 있고, 정유와 화학은 셰일가스로 인해 기를 펴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 건설사들도 미국이나 일본 건설사들처럼 컨설팅으로 진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